한동훈 “민주당 9~11월 사법 위기”
민주당 “검사 탄핵 표결 앞서 검찰 조사”
여, 거부권·사퇴 전술로 가을까지 버티기
여권이 야권의 특검법·탄핵 공세에 거부권과 사퇴로 맞서는 정국이 되풀이되고 있다. 다만 거부권과 사퇴는 야권의 공세를 원천봉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야권 가을위기설’을 기다리는 눈치다. 민주당이 다수의석만 믿고 탄핵 등 ‘무리수’를 반복하면,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면서 사법리스크로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기대다. 그때까지 여권은 야권의 돌팔매를 맞으며 버틴다는 것이다.
야권은 4일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5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이 37일 만에 윤 대통령 손으로 다시 넘어간 것.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게 확실시된다. 야권은 여당발 이탈표를 기대하면서 재투표 시점을 저울질하는 눈치다. 여당에서는 “이탈표는 안철수 1표 뿐”이라고 자신한다. 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을 배신하는 여당의원이 더 나오기는 어렵다는 계산이다. 거대야권의 ‘특검법 공세’를 거부권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명했다. 야권이 탄핵안을 제출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이틀 전 사퇴하면서 직무정지를 피했다. 야권의 탄핵 공세를 막을 수는 없지만 사퇴를 통해 탄핵 효과를 최대한 약화시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야권은 이진숙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면서 만약 임명이 강행된다면 탄핵을 되풀이할 뜻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이 역시 사퇴 카드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등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 탄핵안 표결에 앞서 법사위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대해 “부당한 외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권이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는 건 조만간 야권이 위기를 맞으면서 공수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야권이 180석을 넘는 상황에서 우리(여권)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야당이 의석수만 믿고 이재명 수사 검사를 탄핵하고 엉터리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무리수를 반복한다면 민심도 (야권에) 등 돌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할 일하면서 저쪽(야권)이 자멸하기를 기다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도 ‘야권 위기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 후보는 4일 보도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은 이 전 대표 수사 검사 탄핵 추진 등 유례없는 폭주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심이 민주당을 강하게 제지하지 않는 건 국민의힘 문제이다. 우리가 민심을 따르는 모습을 보일 때 지지율도 상승하고, 국민도 더 이상 민주당 행동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재판 일정을 감안하면 9월부터 11월 사이에 민주당은 대단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상식적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재명으로는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다. 반사이익으로 승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확신하면서 ‘야권 가을위기설’을 제기한 것이다. 여권 기대대로 야권이 검사 탄핵 등 ‘무리수’를 두면서 민심의 역풍이 불고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국정을 책임진 여권으로선 “국정 공백 장기화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