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중진 5명도 ‘바이든 사퇴’ 주장
하원 상임위 간사단 회의서 9일 당 하원 전체회의 주목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버티고 있지만 미국 민주당에서 그의 대선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7일(현지시간) 상임위원회 간사 등과 소집한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최소한 5명의 의원이 바이든의 사퇴를 단호하게 주장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제리 내들러(뉴욕) 의원이 연장자로서 가장 먼저 발언하면서 사퇴를 주장했고, 군사위 간사인 애덤 스미스(워싱턴) 의원도 사퇴까지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보훈위 간사인 마크 타카노(캘리포니아)와 행정위 간사인 조 모렐(뉴욕) 의원, 5선인 테드 리우 의원(캘리포니아)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강력히 주장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고는 이날 회의에서 짐 하임스(코네티컷), 조 로프그린(캘리포니아), 돈 바이어(버지니아), 릭 라슨(워싱턴) 의원 등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유지보다 사퇴를 명시적으로 주장한 의원들이 더 많았다면서 짐 하임스와 수전 와일드(펜실베이니아) 의원도 사퇴를 촉구한 의원에 포함했다.
CNN은 회의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남을 경우 민주당이 다시 하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위태롭다는 우려가 많았으며 의원들은 대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는 9일 하원 전체가 의회로 복귀해 모이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이날 회의는 대부분 참석자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시작됐지만, 회의가 끝날 때에는 여러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이에 대해 “민주당 최고위층 사이에서 바이든 후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상임위 간사 24명 외에 캐서린 클라크 원내 수석부대표와 피트 아길라 코커스 의장이 참석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3명은 말없이 간사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WP는 전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단합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는 요구와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르는 하원 선거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원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213명 가운데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의원은 로이드 도겟(텍사스), 라울 그리핼버(애리조나), 세스 몰튼(매사추세츠), 마이크 퀴글리(일리노이), 앤지 크레이그(미네소타) 등 5명뿐(비공개회의에서 사퇴 요구한 민주 상임위 간사 4명은 제외)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단기간에 고령 우려를 잠재우지 못하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상·하원 선거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민주당 내 사퇴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이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잘하지 않으면 상·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 상·하원 선거의 민주당 후보들은 대통령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