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판단에 필요한 주요 정보…기업들 충실한 공시 부족
대손충당금·재고자산 등 미흡 … “주석에 일부 있지만, 별도 기재해야”
‘조달자금 사용 계획·내역 차이’ 상세 기재 안해 … 금감원 “정정” 지도
A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이후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운영자금 45억원을 미사용해 조달금액과 사용금액 간 차이가 발생했는데도 차이 발생사유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B기업은 운영자금 9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일부 사용했음에도 차이 발생 사유를 미기재했다.
사업보고서는 투자자들의 기업 투자 판단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자료이지만 주요 항목에 대한 기업들의 충실한 공시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매년 사전 예고를 통해 중점 점검항목을 예고하고 있지만 기재 미흡과 누락이 반복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은 ‘2023년 사업보고서 점검결과’를 공개했다. 금감원은 재고자산 현황 등 재무사항(12개 항목)과 조달된 자금의 사용실적 등 비재무사항(2개 항목)을 중점 점검했다.
재무사항 점검 결과 대손충당금과 재고자산 정보, 외부감사 관련 중요내용, 내부감사기구와 외부감사인 간 논의내용 등을 기재 누락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비재무사항 점검 결과, 조달된 자금의 사용실적 항목에서 자금사용계획과 사용내역 간 차이 발생사유, 자금사용 용도별 금액, 미사용자금 운용내역 등 기재 미흡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사항 점검은 신규 사업보고서 제출회사와 전년도 미흡사항이 다수 발견된 회사 등 258개사를 선정해 진행됐으며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여전히 사업보고서 기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감사 관련 중요내용 누락 = 재무사항 점검에서는 매출채권 관련 대손충당금 설정기준과 경과기간별 매출채권 잔액 미기재 사례가 드러났다. 또 사업부문별 재고자산 보유현황, 재고자산 실사현황 등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았다. 재고자산 실사현황은 실사일자, 재고실사시 독립적인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 감사인등의 참여 및 입회여부, 장기체화재고(악성재고) 등 현황, 기타 재고자산의 담보제공여부 등 투자자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이다.
금감원은 “대손충당금과 재고자산 등은 재무제표 주석에도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사업보고서에서 요구하는 추가 사항을 별도로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부감사와 관련한 중요내용 기재 누락도 다수 발견됐다. 감사보고서에 포함된 감사의견, 강조사항, 핵심감사사항 등을 사업보고서 본문에 연결·별도로 구분해 기재하지 않거나, 감사계약 시점과 실제 수행된 시점의 감사보수와 감사시간을 모두 기재해야하지만 일부를 누락한 사례도 확인됐다. 재무제표 중 이해관계자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해 내부감사기구가 회계감사인과 논의한 결과를 기재하도록 공시서식이 마련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들도 있었다.
금감원은 “감사보고서 감사의견·강조사항·핵심감사사항 등 감사보고서에서 기재된 내용을 투자자들이 사업보고서 본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달자금 사용실태 기재 부실 = 기업들이 공모와 사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사용 실태와 관련된 사업보고서 기재도 충실하지 못했다.
조달금액과 사용금액 간 차이, 계획상 사용 용도와 실제 지출내용 간 차이 발생시 그 사유를 기재하여야 함에도 일부 기업들은 이를 미기재하거나 구체적 설명 없이 단순히 미사용했다고만 기재했다. 사업보고서에 미사용자금의 구체적인 보관방법 및 향후계획을 모두 미기재하거나 둘 중 하나만 기재하기도 했다. C기업은 운영자금을 타법인 주식취득에 사용했고 미사용자금은 보통예금 등에 보관중이라고 기재했지만 향후 사용계획을 미기재했다.
자금 사용목적이 여러 개인 경우 각 사용목적별로 사용내역을 기재해야 하지만 모든 사용금액을 합해서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이밖에도 미사용자금의 운용내역과 관련해 실제 투자기관과 운용상품명에 대한 기재 미흡 사례 역시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자금사용계획의 ‘사용용도’와 실제 자금사용 내역의 ‘내용’은 시설자금(공장 건설), 운영자금(임금 지급) 등과 같이 자금사용 상세내용을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합병 후 사후 정보 기재도 형식적 = 이와함께 기업 합병 이후 정보를 사업보고서에서 잘못 기재하거나 미흡하게 적은 사례가 다수 기업에서 드러났다. 합병 등 전후의 재무사항 비교표를 미기재하거나 합병 등의 사후정보 1차연도 기산점을 오기재한 사례가 많았다. 또 합병한 기업들이 실적 예측치와 실제 실적 간 차이(괴리율)가 많이 발생한 경우 원인을 상세하게 분석해 기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D기업은 매출액 괴리율이 약 49%에 달했지만 상세한 분석없이 고객 사정에 따라 매출 인식이 지연돼 괴리율이 10% 이상 발생했다고 기재했다. E기업은 영업이익 괴리율이 약 48%였는데도 거시적 요인(중국의 장기적 경기침체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만을 괴리율 발생원인으로 기재했다. 괴리율 산정시 기준 재무제표를 잘못 선정하거나 괴리율 수치 및 부호를 오기재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금감원은 “공시정보 이용자가 합병등의 사후정보 내용을 통해 당시 외부평가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예측치·실적치 괴리율의 원인을 상세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달 23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기업의 사업보고서 기재 충실화 등 공시역량 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 공시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시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 점검 결과와 주요 미흡사항을 설명하고, 작성 유의사항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또 정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등 공시위반 사례와 회계 심사·감리 주요 지적사례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