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이던 영화표 1만5천원으로 껑충
영화인연대, 멀티플렉스 공정위 신고
표값 올랐지만 제작자 몫은 줄어들어
영화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영화표값이 크게 인상됐지만 제작자들의 몫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2차례 신고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8일 영화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5개 단체로 이뤄진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제작자들은 지난달 말 공정위에 1차 신고를 했지만 할인비용을 제작사에게 떠넘긴다며 2차 신고를 했다.
2015년 1만원이던 영화표값이 10년도 안돼 50%가 오른 1만5000원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정부가 각종 지원을 내놨지만 영화업계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시기 손실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영화관들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영업시간 단축 등 노력을 했지만 영화표값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공정위 신고 대상이 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459개 중 449개(97.8%)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에 제작 배급 상영 등 영화산업 전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규모가 큰 CGV의 주말 성인요금은 2020년 1만2000원에서 2022년 1만5000원으로 올랐다. 3년간 3000원 인상은 평균물가상승률(3.2%)의 약 8배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등도 시기는 다르지만 CGV가 가격을 올리면 한두달 뒤 동일하게 가격을 올렸다. 영화인연대는 담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관람객이 영화표를 사면 상영사업자(극장) 수입에서 남는 돈을 배급사와 나눠 갖는다. 배급사는 자신이 받은 돈을 제작사와 투자사 등에 분배한다.
영화인연대는 “2022년 객단가는 1만285원이었지만 올해는 9768원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영화표값이 올랐지만 배급사가 분배받는 돈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멀티플렉스가 가격을 올려놓고 통신사 할인 등으로 고객유치를 하면서 그 부담을 제작자들에게 지우고 있다”며 “조삼모사식 할인이 아닌 티켓가격 거품 걷어내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표값을 올려놓고,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커지자 할인티켓 남발 등 정책이 영화산업 경쟁력을 깎아 먹는다는 이야기다.
특히 제작자들이 중심인 영화인연대가 제기하는 것은 분배의 문제다. 영화표값이 올랐는데, 제작자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발단이 된 것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다. 대규모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는데도 오히려 10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영화인연대는 영화표값이 상승했는데도 객단가가 떨어지면서 수익정산 결과 손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영화인연대의 주장이 근거없는 의혹제기라며 반박했다. 협회는 “극장사가 다양한 요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청소년과 고령층, 조조시간대 요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성인 요금만으로 전체 영화 관람 요금을 판단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코로나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으니 임대료를 깎아달라며 건물주와 소송을 벌인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거리두기 일환으로 영화관 영업을 제한했다. 관련 자료를 보면 이 상영관은 한달에 최고 2만9000명이 방문했다. 하지만 2020년 4월 한달간 입장객만 104명에 불과했다. 매달 2억원이 넘던 매출액도 3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상영관은 보증금 2억원에 월 35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었다. 매출액이 임대료의 10%도 안된 것이다. 그 사이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급성장 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람객들의 취향이 바뀌면서 시장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산업이 위기인데 멀티플렉스와 배급사, 제작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