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증원 빼고 전공의 요구 다 수용
환자단체, 복귀 기대 속
“재발방지 대책 신속 마련”
정부가 의대증원을 빼고 사실상 전공의들의 요구를 다 수용했다. 9일부터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안을 재차 밝혔다. 환자들은 전공의 복귀를 기대하면서 의료공백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신속히 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정부는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도록 했다. 전문의 자격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특례를 마련한다. 전공의 모집은 예년과 같이 일부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결원이 생긴 모든 과목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각 수련 병원은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하면 된다.
정부는 양질의 수련을 위해 근무 여건을 대폭 개선한다. 전공의법 시행일은 2026년이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한다. 이미 36시간의 연속근무시간 상한을 24시간에서 30시간 내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더해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연속 근무시간은 시범사업의 성과를 보아가며 24시간으로 줄여나간다.
전공의 지도를 담당하는 ‘교육담당 지도전문의’ 등 교수 요원을 지정하고 확대한다.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진료 뿐 아니라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전문진료 일차의료 의과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수련체계’를 도입한다. 올해 안으로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국가지원을 강화한다.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해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라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비판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어떤 긍정의 입장이나 부정의 입장도 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부재로 인해 수련병원인 서울지역 빅5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혼란과 진료 차질 등 환자 피해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환단연은 “이번 결정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수련체계의 연속성 등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고 밝혔다.
환단연은 “전공의 복귀 대책은 이례적인 결정인 만큼 전공의가 신속히 의료현장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환자단체의 전공의의 복귀 기대가 현실화될지 미지수다. 전공의 미복귀 흐름에는 복잡한 배경이 있는데 의대증원 자체 폐기 정서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이제 전공의 복귀와 상관없이 수련병원이 전문의중심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의 한 병원장은 “정부가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면서 전공의에게 해 줄것은 다 해준 셈”이라며 “수련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고 중환자 위주로 진료를 보는 의료체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공의 처우에 관한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 그럼에도 중증질환 의료현장에 전공의들이 100% 복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라며 “전공의 복귀를 위한 노력을 하면서도 부족한 전공의를 확보하기 위한 다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외국 의사면허자에게 시급한 수술실 마취과 분야를 우선 개방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