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무혐의’ 경찰 발표 무관하게 수사”
공수처 “수사 외압 의혹은 별개”
‘임성근 골프모임 단톡방’ 수사
경찰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외압 의혹’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수처는 경찰의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도 “이와 무관하게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책임 규명과 공수처의 수사 외압 의혹은 별개의 사건인 만큼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개의치 않고 수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8일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자 9명 가운데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해병대 7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경찰이 임 전 사단장에게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과 무관하게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윗선의 불법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만 경찰의 결론을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면서 공수처의 수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대리하는 김재훈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경북경찰청의 수사 결과는 국방부 장관이 적법한 권한에 따라 사건 이첩 보류 지시와 재검토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임을 말해준다”며 “국방부 장관의 행위가 어느 모로 보나 적법하고 정당한 행위였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변호인단은 “경찰이 9명을 정식으로 입건한 것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8명 입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국방부 장관의 수사개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웅변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8명을 혐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이첩한 것을 이 전 장관의 지시로 다시 회수, 재검토해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넘겼으나 경찰이 9명(송치 6명)으로 혐의자를 확대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공수처는 최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골프 모임’ 의혹 관련 김 모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JTBC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인 이 모씨와 전직 해병대 출신 경호처 관계자, 김 변호사 등이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추진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병대 출신인 이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2차 주가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임 전 사단장이 이씨를 통해 구명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수처는 김 변호사를 상대로 골프 모임의 취지와 경위, 임 전 사단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녹취록과 녹음 파일,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은 앞서 국회에서 “해당 골프 모임이 추진되는 자체를 알지 못했고, 그분(이씨)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