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카메라업체 스마트폰 맞서 ‘배수의 진’

2024-07-09 13:00:01 게재

첨단 고기능 탑재해 마니아층 대상으로 시장 지키기 나서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 2008년 대비 1/3 수준 하락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일본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대항해 다양한 첨단기술로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셔터를 누르기 전 피사체 모습을 화상으로 남기고, 복고적인 색조로 촬영할 수 있는 기능 등을 탑재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빠르게 고기능화하면서 단순히 화질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맞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소개한 디지털 카메라의 대표적인 신기술로는 셔터를 누르기 전 모습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예컨대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새가 날아가는 순간을 사진에 담으려고 할 때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나뭇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을 담으려 하지만 셔터를 누를 때는 이미 날아가 화면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디지털 카메라 업체는 최근 ‘프리촬영’으로 불리는 기능을 새로운 기종에 잇따라 탑재해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니콘이 이달 12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신형 미러리스일안카메라 ‘Z6Ⅲ’는 셔터를 누르기 1초 전까지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셔터를 반쯤 누르면 연속 촬영이 시작돼 버퍼메모리에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보관한 후 셔터를 완전히 누르면 데이터가 메모리카드로 이동해 촬영한 사람이 원하는 화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초점을 정확히 맞춰 고화질로 연속 촬영이 가능하려면 화상센서와 처리 엔진의 기능이 핵심이다. 니콘은 이번 신제품에 화상센서의 상하로 고속처리회로를 다수 배치한 ‘부분적층형CMOS센서’라는 장치를 탑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피사체의 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입체감과 함께 프리촬영 기능까지 탑재해 디지털 카메라의 독자적인 영역과 가치를 구현했다”면서 “제품의 가격도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기존 올림푸스에서 카메라 사업부문이 분리돼 독립한 OM디지털솔류션즈와 파나소닉 등도 30만엔(약 260만원) 전후의 카메라에 이러한 기능을 탑재했다. 소니도 올해 1월 내놓은 새 고급기종에 처음으로 이 기능을 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카메라 제조업체는 그동안 스마트폰의 시장 잠식에 대항해 기술개발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왔다. 니콘은 2018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본격 참여한 이후 초심자용 저가제품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투자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고성능 렌즈의 개발 등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20년에는 생산과 판매부문을 중심으로 해외종업원 2000명 이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에 2021년 카메라 교환렌즈를 만드는 일본내 2공장을 폐쇄하고, 생산거점을 태국과 일본내 한 곳으로 집중했다.

소니도 2006년 코니카미놀타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부문을 인수한 후 차별화 요소로 자동초점 조절기능을 삼았다. 일안리플렉스 카메라에 비해 초점을 맞추는 데 늦은 자동초점 기능의 개선에 연구자원을 집중했다. 소니는 또 자사가 가지고 있는 화상센서 기술의 장점을 접목했다. 소니는 지난해 캐논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는 등 2026년까지 매출을 연평균 8%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필름 카메라 시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후지필름은 올해 6월 신제품 ‘X-T50’을 내놨다. 이 제품은 필름 사진에서 담을 수 있었던 색조를 원하는 수요층을 타킷으로 했다. 색조표현을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다이얼 기능을 처음 탑재했다. 후지필름 관계자는 “20세기 사진잡지에 등장하는 채도가 낮은 색조 등을 재현할 수 있다”면서 “1934년 창업이후 추구해온 화질설계의 노하우가 스마트폰과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편 카메라영상기구공업회(CIPA)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출하액은 2023년 기준 7143억엔(약 6조2000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본 내각부 소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일본 내 디지털 카메라 보급률은 49%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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