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전 양상…전당대회 이후도 봉합 어렵다

2024-07-09 13:00:01 게재

김 여사 문자 전문 공개 … 친윤-친한 상호 불신 극에 달해

한 당선되면 친윤 ‘흔들기’나설 듯 … 한측, 특검 역공 예상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윤석열)과 친한(한동훈) 사이에 불거진 갈등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8일 ‘김건희 여사 문자’가 전문 그대로 공개되면서 양측은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임하는 분위기가 됐다. 전당대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갈등 봉합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전당대회 이후에 양측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란 얘기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문자 폭로 이어질 가능성” = 8일 TV조선은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5통의 전문을 공개했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15일 2통, 19·23·25일 각 1통씩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가 편집 없이 원문 그대로 보도된 것. 지난 4일 CBS가 편집된 문자 내용을 공개한 데 이어 전문까지 공개되면서 친윤과 친한 양측의 공방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습이다. 대통령 부인의 사적문자가 전문까지 노출된 건 문자를 유출한 쪽에서 “이번 싸움의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려는 의도를 담은 추가 폭로가 잇따를 것으로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 여권 관계자는 8일 “김 여사와 한 후보 사이에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문자가 오갔다고 들었다.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 위한 문자 폭로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 = 친윤과 친한 사이의 골이 깊어질수록 전당대회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 이후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하는 대신 ‘상대 죽이기’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한 것. 한 후보는 8일 “당 대표가 돼도 영부인과 당무와 관련해서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계 복원 가능성을 낮췄다.

만약 한 후보가 대표에 당선되면 친윤쪽에서는 곧바로 ‘대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정부 초기 당 윤리위를 앞세워 이준석 당시 대표를 내쫓은 것처럼 ‘한동훈 체제’를 흔들려할 것이란 얘기다. 당초 친윤쪽에서는 “어차피 차기 대표는 전국선거를 치를 일도 없다. 한동훈이 대표가 된다고해도 존재감이 없을 것이다” “한 후보는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9월에는 어차피 대표를 사퇴해야 한다”며 ‘한동훈 체제’를 당분간 방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싸움이 거칠어지면서 “하루빨리 끌어내려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제2의 이준석 사태’가 점쳐진다.

한동훈 캠프 관계자도 8일 “친윤은 이미 이준석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렸던 전력이 있다. 우리가 당선되면 한동훈 축출에 나설 게 뻔하다. 친윤쪽에서 (한 후보가) 당선돼봤자 ‘3개월짜리 대표’ ‘6개월짜리 대표’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한 후보도 친윤의 ‘흔들기’에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제시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야당과 협의를 통해 추진하면서 윤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 친한 의원들이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지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친윤에서는 친한과의 ‘불편한 동거’를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다.

한 후보가 낙선한다고해도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친한은 이미 세력화돼 있다. 당내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친한 의원이 존재한다. 친윤쪽이 친한세력의 ‘축출’을 시도할 수 있다. 차기 대선주자 경쟁에서 여권 내 선두인 한 후보를 보유한 친한은 당내 비주류로 버티면서 2027년 대선까지 ‘기나긴 생존투쟁’에 나설 수 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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