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균열’ 예고…“트럼프시대 대비하라”
국회 미래연구원 ‘미국우선주의’ 준비 주문
“미국, 동맹국들에 직접적 압박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 나토회의 참석차 순방 중
윤석열 대통령이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과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 중인 가운데 국회 미래연구원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불확실한 미래, 미-나토 동맹 균열 등이 예고된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9일 미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내놓은 ‘트럼프 2.0시대, 미중관계와 국제질서의 미래’ 보고서에서 차정미 국회 미래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장은 “트럼프 2기의 대중정책과 국제질서 변화는 미국 동맹국들에도 주요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FTA 파트너 중 다수가 통화조작, 제조업체 보조금 제공, 차별적 규제 요건 같은 광범위한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했다.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의 무역균형과 상호주의가 중국을 넘어 동맹국에게도 적용될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대만 태국 등 7개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당선 직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의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대중국 기술 통제 확대 속에서 미국산 부품이 들어간 첨단 제조상품의 대중 수출규제를 확대하는 등으로 동맹국들의 대중 교역에 직접적 압박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동맹의 균열’이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예상했다. 차 센터장은 “트럼프 2기의 유력참모들은 동맹에 대한 무역균형과 동맹부담 압박을 엄한 사람이라고 주장한다”며 ‘나토국가가 GDP의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무역관세 부과 등 조치를 취할 것’(오브라이언)이라거나 ‘나토가 러시아와의, 한국이 북한과의 전통적 방위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밀러)는 말을 인용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의미하는 트럼프 2.0시대는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은 적’이라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차 센터장은 트럼프 1기 고위관료들이 2021년 설립한 ‘미국우선정책연구소’의 차기정부 국가안보전략 제언서인 ‘국가안보를 위한 미국우선정책’과 헤리티지 연구소가 출범시킨 2022년 대통령직 인수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2025’에서 발간한 ‘대통령직 인수전략서’를 토대로 트럼프 2.0 시대에 곧바로 시행될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외교정책, 대중국 승리 전략 등을 점검하면서 “트럼프 2기 유력 참모들은 중국경제와 더 큰 분리를 모색하는 디커플링을 예고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 전력집중을 극대화하면서 드론 등 첨단기술 전력과 핵무기 등 전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군사력 경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는 트럼프 2기 통상, 외교, 대중국, 국방, 무역 정책 유력참모들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케이스 켈로그, 스티브 예이츠, 키론 스키너, 크리스토퍼 밀러, 피터 나바로 등 트럼프 1기 정부인사들이 참여했다.
차 센터장은 “트럼프 2기는 1기보다 예측가능하며 덜 불확실하다”며 “8년 전보다 국제질서는 더욱 혼란스럽고 더욱 진영화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거시적 종합적 중장기 관점의 전략 수립, 외교, 국방, 경제, 무역, 기술, 산업 등 분야별 대비”라며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2기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준비되고 계획되어 있어야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대외 정책 대응에 대해서는 “미국 대선 이후 국제질서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종합적 중장기 전략을 모색함은 물론 분야별 영향과 통합적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며 “트럼프 2.0시대 외교이슈 중 즉흥성, 변동성을 가진 요소와 지속성, 장기성을 가진 요소들을 구별하고 냉정하고 신중한 분석과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보질서 경제안보 글로벌거버넌스 등 더 광범위한 측면에서 국익과 연계된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유럽 호주 일본 등 유사입장국들과 토론과 연대의 공간을 넓혀가는 외교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내 유력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가진 민관의 다양한 인적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제질서 변화와 국내정치 변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격변의 시대, 초불확실성의 시대”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격변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변화는 국제정치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