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난 모디에 서방진영 촉각

2024-07-10 13:00:01 게재

모스크바서 러-인도 정상회담 … 미 백악관 “인도는 전략적 동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인도 총리의 성안드레이 사도 1세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푸틴과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서방의 의도가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각종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 경제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등 서방에 맞서는 글로벌 사우스 성장세는 오히려 뚜렷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시작된 9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틀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모디 총리는 전날 저녁엔 푸틴 대통령 관저에서 “푸틴 대통령과 ‘진정한 친구로서’ 우크라이나 상황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우리의 관점을 개방적이고 자세히 표현해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폭탄, 미사일, 소총은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며 “우리는 대화를 통해 평화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모디 총리에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함해 가장 심각한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올해 양국 수교 77주년을 맞이한다”며 “우리의 관계는 특별한 특권적 전략적 파트너십의 성격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또 양국이 유엔,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등 국제 무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오는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모디 총리가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초청했고, 모디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

두 정상은 양국 무역과 에너지, 경제 협력 발전도 논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 제재로 에너지 수출길이 막히자 인도에 저가로 석유를 공급하면서 경제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막심 오레시킨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2030년까지 양국 교역을 1천억달러(약 138조원)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러시아와 인도가 가스 협력을 강화하고 석유를 장기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외교와 대화를 통한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시급하다”는 언급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과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언급이 담겼다.

양국이 군사 대표단 교류를 확대하고 공동 군사협력 활동을 이어간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두 정상이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포함한 우주 분야 협력, 비료 공급, 가자전쟁, 교육·과학·문화 분야 협력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다만 모디 총리는 이날 “우리 다음 세대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왔다”며 “무고한 어린이들이 죽을 때 가슴이 아프고 그 고통을 느낄 때면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우크라이나가 키이우의 어린이 병원 등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뒤에 나왔다. 러시아는 어린이병원을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라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공격이 발생했는데도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했다며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러시아는 미국, 일본, 호주와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는 인도와 견고한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양국 간 우호 발전에 대한 공로로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 최고 영예인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017년 이 훈장을 받았다. 모디 총리는 감사의 뜻과 함께 내년 인도에서 23번째 러시아-인도 연례 정상회담을 하자며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

미국은 이날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대해 인도와의 우호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해 인도는 미국과 완전하고 진실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전략적 동반자인 점을 확인한다”면서 “과거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시피 인도를 포함해 모든 국가들이 지속적이고 공평한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도와 러시아의 오랜 관계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푸틴 대통령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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