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공범 ‘임성근 구명’ 녹취 공개
김건희 여사 연루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VIP에 얘기하겠다”
공수처, 녹음파일 확보 … 당사자 “임 몰라, 구명운동할 이유 없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 모씨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운동을 했다는 통화내용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이른바 ‘골프모임 단톡방’을 공익신고한 김 모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이같은 통화 녹음파일을 제출받았다.
JTBC 등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8월 9일 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 가지고 A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라고 A에게 말했다)”라고 말한다.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 상병 순직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다시 회수한 지 7일이 지난 시점으로 임 전 사단장의 혐의 제외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던 때였다.
녹취에는 김 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쪽에서?”라고 묻자 이씨가 “그렇지, 그런데 이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라고 답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씨는 또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거거든”이라며 임 전 사단장의 진급을 위해 군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이씨와 김 변호사,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인 A씨는 모두 해병대 출신으로 이들이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추진했던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이씨는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2차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인물이다.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직원 컴퓨터에서는 ‘김건희’ 엑셀파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 통로’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실제 그가 ‘VIP에게 구명로비를 하겠다’고 말하는 녹취가 공개된 것이다.
이씨가 임 전 사단장과 김 여사간 매개역할을 해 초동조사에서 과실치사 혐의자에 포함됐던 임 전 사장단이 최종적으로는 혐의자에서 제외되도록 도운 것 아니냐는 의심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
이와 관련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해당 골프 모임이 추진되는 자체를 알지 못했고, 그분(이씨)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며 이씨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씨도 언론을 통해 통화 내용은 짜깁기 된 것이며 ‘임성근 전 사단장은 알지도 못하고 구명운동을 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이 파일을 확보한 공수처 수사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공수처는 실제 임 전 사단장이 이씨를 통해 대통령실에 구명운동을 시도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씨의 말이 허풍이거나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해보고 뺄 것과 넣을 것을 구분해 공적 수사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수사팀이 청문회 때 나온 내용과 언론 보도 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을 살펴보고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다만 이씨의 녹음파일과 관련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으로 일체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