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발언 앞서 이창용 “물가 낮아지는 추세”
기재위 업무보고, 한은 독립성도 강조
야당, 여권의 기준금리 인하압박 비판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 책임자가 같은 날 의회에서 물가오름세의 기조적인 둔화를 언급해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9일 국회 기재위 한은 업무보고에서 최근 물가동향과 관련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통화정책 관련 보고를 하기 몇시간 앞서서다.
이 총재는 다만 물가가 목표 수준(2.0%)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언제쯤 생길 것 같냐는 더불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11일 금통위 회의에서 위원들과 상의하겠다”고만 답했다.
한은은 지금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에서 완화적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물가안정목표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도 지난 5월 금통위 회의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물가상승률이 2.3~2.4%까지 내려가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이 총재의 국회답변은 파월 의장의 미국발 완화적 발언과 함께 한미 양국 통화당국의 정책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1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한 이후, 미 연준이 9월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이 들면 8월 금통위에서 선제적으로 인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재위 회의에서는 최근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한은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안도걸 박홍근 의원 등은 “총리와 대통령실 실장, 여당 국회의원 등 여권 인사가 나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다만 의사결정은 금통위 위원들과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이날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만 한은 일시 대출 제도로 총 91조6000억원을 빌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김태년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일시 차입금 평균 잔액이 재정증권 평균 잔액을 상회하지 않는다"며 "재정증권 만기인 63일 이전에 환수될 수 있도록 정부측과 사전에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