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빌딩 공시지가, 정부발표 절반 수준
무신사캠퍼스E1 시세반영률 11%
경실련 “공시지가 기준 공개해야”
시민단체가 실거래 가격 1000억원 이상인 고가 빌딩에 대해 공시지가를 조사한 결과 정부가 발표한 시세반영률 절반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세반영률이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빌딩보유자의 세금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4년간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65.5%였지만 경실련 조사결과 3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공시지가와 실제 시장가격(시세)간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공시지가가 실제 시세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땅값을 말하는 공시지가는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다. 공시지가와 시세는 차이를 보이는데, 정부는 공시지가와 시세의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실련은 실제 조사 결과 정부 발표에 신뢰가 낮다고 지적했다. 공시지가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면 세금 부과에 영향을 끼친다.
경실련은 최근 4년간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실거래 빌딩을 모아 분석한 결과 97건(27조809억원)에 달했다. 거래규모가 가장 컸던 시기는 2020년으로 34건, 11조746억원어치가 거래됐다. 다음으로는 2022년 36건(8조9526억원), 2021년 14건(3조9410억원) 2023년 13건(3조1127억원) 순이었다.
4년간 거래액 중 토지가격은 23조7412억원, 건물값에 해당하는 시가표준액은 3조3397억원이었다. 정부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2020년 65.5%, 2021년 68.6%, 2022년 71.6%, 2023년 65.5%로 발표했다.
하지만 경실련이 집계한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은 매년 35~38% 수준에 불과했다. 규모와 거래액, 위치 등을 고려해도 매년 시세반영률이 30%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빌딩간 차이도 컸다. 경실련이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을 조사한 결과 서울 성수동 무신사캠퍼스E1과 인근에 있는 코너50(CORNER50)이 꼽혔다. 이들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11% 수준이다.
지난해 거래된 무신사캠퍼스E1은 건물가격(시가표준액) 131억원, 토지가격 984억원 등 모두 1115억원에 거래됐다. 이 건물의 공시지가는 109억원 수준. 코너50 역시 건물가격 106억원 토지가격 1094억원 등 1200억원에 거래됐는데 공시지가는 125억원에 불과했다.
반대로 2023년 거래된 문정프라자는 토지가격 2285억원에 공시지가는 1556억원으로 시세 반영률은 68%에 달했다. 전체 부동산 중 토지와 건물 구성비율이 다를 수 있지만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차이다.
빌딩과 아파트를 비교해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4년간 고가빌딩의 총 거래금액(27조809억원) 중 과세기준(11조9663억원)은 44% 수준이었다. 이를 아파트 공시가격과 비교하면 22%나 낮은 수치다. 결국 아파트 보유자의 자산가치가 빌딩 보유자보다 22% 높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고가 빌딩 보유자들이 아낀 세금을 아파트 보유 서민들이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시지가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빌딩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 재벌들은 많은 세금을 줄일 수 있다”며 “조세기준이 제멋대로라면 국민은 조세형평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가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 이상으로 일관되게 올리고, 공시지가 산출근거 및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완·김성배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