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자금 코인거래소로…자금추적·환수 난항

2024-07-11 13:00:01 게재

금감원, 자금 행방 쫓다가 막혀 … ‘거래소 수사’ 필요

본점 차원의 관리·감독 미흡 드러나 … 19일까지 검사

우리은행 직원이 횡령한 177억원 중 150억원 가량이 가상자산(코인) 거래소로 흘러들어가면서 금융당국이 자금추적과 환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횡령 직원 A씨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범죄금액이 약 180억원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에서 허위대출로 빼돌린 금액이 177억7000만원, 개인 대출고객을 속여 편취한 금액이 약 2억2000만원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도 A씨가 담당한 전체 여신을 검사한 결과 검찰과 마찬가지로 177억원 가량의 횡령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과 금감원이 각각 수사와 검사를 통해 A씨의 범죄 규모를 확인한 만큼 우리은행의 피해액이 특정된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A씨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인 결과 코인 구입 등에 약 150억원, 대출사기로 발생한 채무를 돌려막기식으로 상환하는데 약 27억원, 그 외에 전세보증금 지급, 생활비 등 개인용도로 약 3억원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 작년 10월 내부통제 강화 약속했지만 …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은 지난해 10월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CEO 16명이 참여한 가운데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을 실시했다.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은 임 회장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 CEO들이 올바른 윤리강령과 행동기준을 반드시 실천해 ‘내부통제 실효성을 강화하고 이를 조직문화로 삼을 것’을 대내외에 약속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우리은행에서 177억원 횡령한 A씨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35회에 걸쳐 대출서류를 위조해 자금을 빼돌렸지만 내부통제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제공

◆코인거래소로 흘러간 자금, 최종 사용처 확인해야 = 30억원은 확실히 사용처가 밝혀진 것이지만 코인 구입에 사용된 150억원은 최종 사용처가 불분명하다. A씨는 해외선물과 코인 투자 등으로 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코인 계정 등에 남아있는 예치금과 은행예금, 전세보증금 등 약 45억원을 몰수보전·추진보전을 통해 동결했다.

150억원 중 45억원을 확보한 만큼 나머지 105억원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A씨 진술대로 6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도 45억원이 남는다.

금감원은 A씨 계좌 등을 추적하다가 코인거래소로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 이후 더 이상 행방을 쫒지 못하고 있다. 코인거래소에 대한 자료요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코인거래소 역시 고객 자료를 법적 근거없이 금감원에 제출할 수 없다. 검찰이 코인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A씨의 코인거래 내역을 확인해서 실제 손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해외 또는 국내 다른 계좌로 자금이 빠져나갔는지 등을 추가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 코인 거래를 통해 자금을 해외로 보냈다면 추적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다른 곳으로 빼돌린 자금이 또 다른 은행 직원에게 흘러들어갔다면 범죄를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코인거래소로 흘러들어간 자금의 최종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금 추적을 하고 있지만 코인거래소로 들어간 자금에 대한 추적은 검찰 수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출 결재 관리·감독 허술 =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0개월간 총 35회에 걸쳐 개인·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의 대출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금을 지인 계좌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약 177억700만원을 빼돌렸다. ‘융자상담 및 신청서’, ‘여신거래약정서’ 등 대출신청 서류를 위조한 후 은행 본점 담당자에게 전송하고 마치 고객의 정상적인 대출 신청인 것처럼 속였다.

또 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은 개인고객 2명에게 연락해 “남아있는 대출절차를 위해 이미 입금된 대출금을 잠시 인출해야 한다”고 속여서 2억2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 받아 편취했다.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재권자 부재시 관행적으로 실무 담당자가 시급한 대출 결재를 대신 해왔고, 지점 대출요청을 받은 본점이 대출명의자가 아닌 지점으로 대출금을 송금하고 이를 지점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 점 등을 A씨가 이용한 것이다. 검찰은 “은행 차원의 적절한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A씨의 횡령자금 추적과 함께 은행 본점과 지점 차원의 내부통제와 관련한 검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금감원 검사에서는 은행 직원이 10개월간 대규모 횡령을 지속적으로 저질렀는데도 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과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5일로 예정됐던 검사 기한을 2주 연장해서 19일까지 검사를 진행한다. 추가 연장 없이 검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며, 내부 검토를 거쳐서 검사 결과와 대책을 발표할 에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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