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는 언제…8월이냐 10월이냐

2024-07-11 13:00:01 게재

물가목표치 접근, 내수부진 장기화 등 조기인하 요인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변수 … 미국 9월 인하 가능성↑

한은, 1년6개월 최장 동결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다음 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장기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내수 부진이 지속돼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한은 금통위는 다음달 22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올해는 10월(11일)과 11월(28일) 세차례 더 남겨두고 있다. 한은 안팎과 금융시장에서는 8월 또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시점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조기인하론은 물가 오름세 둔화와 함께 내수활성화 등 거시경제를 살리기 위한 통화정책 전환의 적기성을 든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오름세가 둔화했고, 근원물가는 2.2%까지 하향 안정화 추세여서 한은과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치인 2.0%로 수렴되는 흐름은 확연하다.

이창용 총재도 소비자물가가 2.3~2.4%까지 하향 안정화되면 기준금리 인하의 1차 요건은 성립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소비자물가가 2.0%까지 내려간다는 확신까지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통계만으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공공요금 인상과 에너지 및 농산물가격 변동성은 언제라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8월 초 통계청이 발표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7월 물가상승률이 전달보다 더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면 목표치에 대한 확신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거꾸로 2.5%이상 다시 튀어 오른다면 기준금리 조기인하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조기인하 전망의 다른 이유는 내수 부진이다. 올해 들어 수출이 급증하면서 정부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2.5%까지 높여 잡았지만, 내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기준금리가 연 3.50% 수준에서 장기화되는 동안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최고 5.47%까지 올랐다. 2020년(2.75%)과 2021년(3.10%) 연평균 가계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최대 두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가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소비여력이 줄었다는 의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정치권과 중소기업 등의 공개적인 인하요구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금통위원 내에는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10월 이후에나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1.75~2.00%p)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이다.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보다 최대 2.00%p나 높고,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논리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미국 연준이 9월(18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는 확신이 서면 한은이 선제적으로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미 유럽중앙은행과(ECB)과 캐나다 중앙은행 등이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환율 변동성에 심각한 문제는 없다.

이 총재도 환율 변동성은 한미 기준금리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번 강조했다. 특히 기준금리 역전의 수준보다 기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차기 한은 통화정책 결정(8월22일)과 미 연준 결정(9월18일)이 한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 변동성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면 조기인하의 마지막 변수가 제거되는 셈이다.(금융권 관계자)

한편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역대 가장 오랜 기간 동결을 유지하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역대 기준금리 동결이 가장 길었던 때는 2016년 6월 9일부터 이듬해 11월 30일까지 1년 5개월 21일이었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1.25% 수준이었다. 이날 동결로 이 기록은 1년 5개월 28일로 늘었고, 최소한 다음달 18일까지 1년 7개월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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