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대선 시간표, 몸 단 ‘잠룡’ 단체장
이재명·한동훈 여야 차기 당권경쟁 전면에
오세훈·홍준표·김동연 정치적 발언량 급증
지지층 견인할 ‘성공한 단체장’ 평가 고심
여야의 차기 당권을 정하는 전당대회가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서울·경기, 대구 등 광역단체장들의 정치적 발언이 부쩍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미래권력’으로 가는 길을 다지는 행보에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지는 양상이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권경쟁 구도가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설정에서 선명한 대립각을 보이면서 미래권력을 향한 여권내 경쟁을 앞당겨 부추기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에게 당권과 대선후보를 몰아주려는 대세 분위기에 김동연 경기지사가 도전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들 민선단체장이 서울시장 성공실적을 바탕으로 대선 지름길로 직행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치단체에서 구상하고 있는 정책과 정치적 비전을 미리 선보여 인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성공한 단체장’ 평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역대 십수명의 민선단체장의 대선 도전이 번번히 실패한 것이 쉽지 않은 길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방선거 당선 후 반짝 = 한국갤럽이 7월 5일 공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2~4일. 1002명, CATI.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23% 한동훈 17% 조 국 5% 홍준표·오세훈 3% 이준석·원희룡 2%로 나타났다. 응답자가 자유응답으로 답한 결과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로 평가하는 인물에 대한 선호를 나타난 것이다. 여야 차기 당권경쟁에 나선 이재명 전 대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각 55%, 45%)를 기반으로 타 인물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여야의 팽팽할 대립과 긴장관계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국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치이슈가 주도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광역단체장에 대한 정치적 관심은 통상 지방선거 직후 반짝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2022년 6월 8기 지방선거 직후 갤럽의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6월2주차)에서 오세훈 10% 홍준표 5% 김동연 4%를 각각 기록했다. 여당 중진의원으로 대한민국 대표 민선자치단체를 이끌게 된 오세훈 시장, 밤샘 드라마 같은 경쟁을 벌인 끝에 야당 후보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유일하게 당선된 김동연 경기지사, 여당 대표·경남도지사를 거쳐 대구광역시장에 당선된 홍준표 시장 등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여야의 이슈 자체가 정치권으로 넘어오면서 정책을 중심으로 한 자치단체장이 여론 주목도를 끌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여권 차기 선호도 맨 앞에 있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 2022년 6월 선호도 4%에서 최고 24%(2024년 3월)까지 상승했고 총선이 끝난 후에도 17%를 유지하고 있다.
◆‘4선 서울시장’ 따뜻한 보수주의자 표방 =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례없는 4번째 서울시장 임기를 보내고 있다. 민선 8기 이후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며 안심소득·서울런 등의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따뜻한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세우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거대한 프로젝트나 시설물이 아니라 서울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민의 일상을 보다 행복하게 바꿀 수 있는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오 시장 측근인사는 “청계천보다 시민 일상의 작은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에 동의하는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4월 총선 이후에는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적 주적은 이재명”이라며 야권이 일방통행식 국회운영을 질타하고, 국민의힘 내부를 향해선 “총선 공천이 돌려막기 식으로 진행돼 실패했는데 총선 평가도 없이 전당대회를 하는, 무슨 이런 정당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2004년 정당법 개정안 등 이른바 ‘오세훈법’을 주도하며 얻은 정치개혁 이미지를 염두에 둔 주장으로 읽힌다. 보수층을 염두에 둔 발언도 빼놓을 수 없다.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의 재핵처리 수준에 맞춰 한국의 재처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광화문광장에 100m 태극기 게양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 계획도 내놨다.
◆‘할 말 한다’ 거침없는 홍카콜라 =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 시장은 총선 이후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얼치기들에게 총선 때 부터 당이 휘둘리고 있었다”면서 “배신의 정치에 당해본 당원들이 이번에도 또 당할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을 배신의 정치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은 당을 지키는 길을 가겠다면서 영남권의 보수지지층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정치적으로 ‘반한동훈·친윤석열’ 세력의 대표주자 이미지를 굳건히 쥐고 간다는 취지로 읽힌다. 홍 시장의 이같은 행보와 관련해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힘이 빠지면 누구보다 먼저 등에 칼을 꽂을 자라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비난했다. 민선단체장으로서의 역할에서도 거침없는 결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일 변경’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등 굵직한 현안을 밀어붙였다. 홍 시장은 대형마트 휴일 변경과 관련해 “좌파정책의 상징적인 걸 깼다”고 강조했다. 경북 군위에 소형모듈원전(SMR) 설치를 주장하면서 “원자력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좌파집단이 있다”며 이념대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영남권 한 여당 의원은 “할 말은 하면서 영남 유권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전했다.
◆최대 광역단체장, 비명계 대표 노리나 = 야권에선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경기도 정무라인을 재편하면서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다. 민주당내 친문재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전 국회의원을 도정자문위원으로 조만간 위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계 인사들은 김동연 지사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도 “같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 지사가 이 전 대표와의 내부경쟁을 전제로 정치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해 SNS에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그 누구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적었다.
8일 언론인터뷰에서는 “당 지지율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쟁력과 관련해 ‘제대로 된 사람’ ‘확장력’ ‘경제전문가’ 등을 꼽으며 “이재명 전 대표와 차별화가 아닌 자신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이재명 전 대표의 대척점에서 대선경쟁을 벌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는 “경기도를 바꿔서 대한민국을 바꾼다”를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 대표경선에 참여한 원희룡 전 의원도 제주특별도지사를 역임했고, 민주당 대표경선에 나선 김두관 전 의원은 경남도지사를 역임했다. 내심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여기에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도 다음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명환 이제형 곽태영 최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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