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최대 물폭탄…사망 6명, 실종 2명
주민 4500여명 긴급대피
국가유산 피해도 잇따라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사흘째 내린 비로 6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계속된 비로 약해진 지반 위로 도로가 무너져 내렸고, 대전의 한 교량은 교각이 침하돼 상판 일부가 내려앉아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10일 오후 비는 대부분 그쳤지만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해 관계 당국이 피해복구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6명, 실종 2명이다. 인명피해는 10일 오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날 오후 10시 48분쯤 충남 금산에서 폭우로 유실된 야산 토사가 조립식주택을 덮쳐 집안에 있던 60대 여성이 숨졌다. 오전 8시 4분쯤에는 대구 북구 조야동에서 60대 남성이 배수로에 빠져 숨졌다.
이보다 앞선 5시 55분쯤에는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에서 승강기 침수로 안에 있던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5시 4분쯤에는 충북 옥천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하천에 추락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오전 7시 43분쯤 충북 영동에서는 농막에서 홀로 거주하는 70대 남성이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57분쯤에는 충남 서천에서도 야산에서 유실된 토사가 주택을 덮쳐 집에 있던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9일 경북 경산에서는 오전 5시 10분쯤 40대 여성 택배기사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8일 오전 8시 충북 옥천에서는 공사 중인 보강토 옹벽 붕괴로 전원주택 집안에 있던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산사태나 침수가 우려돼 긴급 대피한 주민은 3258세대 4526명이다. 6개 시·도 42개 시·군·구에서 긴급대피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985세대 1433명은 귀가하지 못하고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국가유산 피해도 심각했다. 이번 비로 충남 부여 대조사의 수각 불유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보물 제217호인 높이 10m 크기 불상 석조미륵보살입상은 아래쪽 사면이 붕괴됐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안동 봉정사는 뒷산 석축이 무너지면서 극락전 벽체 일부가 토사에 파묻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여나성과 공주 공산성은 탐방로가 훼손됐고, 부여 능안골 고분군과 가림성도 인근 토사가 유실됐다. 9일에는 서울 종로 한양도성 성벽과 탐방로 일부가 무너지기도 했다. 국가유산청이 집계한 집중호우 훼손 국가유산은 모두 23건이다.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충청·전북·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법한 물폭탄이 쏟아졌다. 1시간 동안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온 지역이 5곳이 넘었고 전북 군산은 131.7㎜의 비가 1시간 만에 내려 역대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북 군산의 연평균 강수량이 1246㎜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간 내릴 비의 10% 정도가 1시간 동안 쏟아진 셈이다.
자동기상관측장비 관측값이라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군산 어청도에는 지난 9일 오후 11시 51분부터 이날 0시 51분까지 1시간 동안 146.0㎜의 비가 내렸다.
누적 강수량도 기록적이다. 전북 익산은 지난 8일 오후 5시부터 10일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이 309.0㎜, 충남 서천은 287.0㎜다. 이틀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300㎜가량의 비가 쏟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군산 268.3㎜, 대구 253.8㎜, 경북 영천 245.8㎜, 전북 장수 238.0㎜, 충남 금산 227.2㎜ 등 누적 강수량이 200㎜가 넘는 지역도 많았다.
한편 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기준 도로가 끊기거나 사면이 붕괴된 피해가 217건, 하천제방이 무너진 피해가 100건 접수됐다. 산사태·토사유출도 40건 접수되는 등 공공시설 피해가 560건에 달했다.
사유시설 피해도 컸다. 주택 128채가 침수되거나 파손됐고, 차량 9대가 침수됐다. 옹벽이 무너진 곳은 9곳 신고됐다.
이번 비로 농작물 969.2㏊가 침수됐고, 농경지 44.9㏊가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농경지 전체 피해면적은 집계된 것만 1014.1㏊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