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청원 무시하던 국회, ‘대통령 탄핵청원’만 ‘특별대우’하나
22대 들어 17개 올라와 각 상임위에 회부, 대기중
21대 국회 4년간 8개 상임위, 청원소위 개최 ‘0회’
대통령 탄핵 138만명에 탄핵 반대도 5만명 돌파
2020년 문재인대통령 탄핵 청원, ‘논의 없이 폐기’
윤석열 대통령 국민동의청원에 더불어민주당이 청문회까지 개최하며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동안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청원에 대한 국회의 관심이 높아질지 주목된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한 22대 국회 들어 상임위로 올라온 청원이 17개에 달한다. 국회의원 소개로 올라온 게 4건이고 나머지 13건은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상임위에 회부됐다.
국회는 청원동의자가 상임위 회부 기준치인 5만명을 넘더라도 30일이 될 때까지 동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은 동의자수가 138만명을 넘어섰고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과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에 동의의견을 낸 사람들도 8만명을 초과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처벌과 가해자 신상공개에 관한 청원’ 동의자는 6만명, ‘윤석열 대통령 탄핵 추진 반대 요청에 관한 청원’동의자는 5만명을 돌파했다.
●민주당 “청원 심사는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의무” =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해 두 차례의 청문회를 여는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청원을 대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국회법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요구에 국회가 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심사는 탄핵소추 의결에 따른 절차가 아닌 ‘탄핵안 발의 요구’에 대한 국회법과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민 청원 절차로 진행됐다”며 “국회법 제124조 및 제125조에 따라 국회에 접수된 공개 청원이 접수됐고 의장으로부터 위 청원을 회부 받은 법사위는 90일 이내에 이를 처리해 의장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국회법 대로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잠자고 있는 국회법을 흔들어 깨워서 국회법에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우리 헌법은 제 26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며 국민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라고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본권과 민의를 부정하는 정당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청원은 제대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외면받아왔다.
국회는 문재인 대통령 국민청원에 대해서도 별도로 논의하지 않고 폐기한 바 있다. 민주당이 4년만에 ‘대통령 탄핵 청원’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시점인 2020년 2월 28일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원’이 나흘 만에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고 곧바로 2020년 3월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 반대에 관한 청원’이 국민동의청원방식으로 제기돼 7일만에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두 청원은 모두 상임위 논의 없이 폐기됐다.
●21대 4년간 청원소위, 17개 상임위서 11번 열려 = 21대 국회에 국회로 들어온 194개 청원 중 상임위에서 처리된 것은 32건 뿐이었다. 채택된 청원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철회한 1건을 뺀 161건은 모두 폐기됐다. 청원소위는 거의 열리지 않았고 아예 청원소위를 두지 않은 상임위도 있었다. 17개 상임위에서 21대 국회 4년간 연 청원소위는 11번뿐이었다.
운영위, 법사위, 정무위, 과방위, 행안위, 농해수위, 정보위, 여가위 등 8개 상임위에서는 단 한 차례의 청원소위도 열지 않았다. 전체 상임위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기재위, 교육위, 국방위, 산업위, 복지위, 환노위, 국토위는 4년간 청원소위는 단 한 번만 열었다. 외통위, 문체위가 2번씩 연 게 가장 많이 개최했을 정도로 청원은 항상 뒷전이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