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자감세’로 방향 트나
종부세·금투세 후퇴 조짐 논란
이재명 전 대표 “종부세 근본 검토·금투세 시기 검토”
당 논평·경제통, 종부세 개편·금투세 유예 비판해와
더불어민주당이 부자감세를 반대하면서 유지해왔던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세 과세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당대표로 당선이 유력하다고 평가받는 이재명 전 대표가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를 검토하고 금융투자세 과세 시점을 늦출 가능성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이 줄곧 유지해 왔던 ‘부자감세 반대’와 세수 부족에 따른 ‘세수 확충’ 주장과 배치된 방향으로 민주당의 원칙변화로 읽힐 수 있어 주목된다.
10일 이재명 후보는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와 관련해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됐다”며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제도의 당초 목표와 목적을, 또 제도가 만들어낸 갈등과 마찰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지난 5월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종부세 완화 검토’ 발언 이후 논란이 커지자 지도부 차원에서 “개인 의견”이라며 진화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선용 표심 확보를 위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사전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모 의원은 “강남 외에도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보수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들 중에서 1가구 1주택이면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 종부세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시행시점을 한번 연기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대해서도 “거래세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행) 시기에 있어서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참 어이없게도, 다른 나라 주가지수가 오르고 있는데 대한민국 주식시장만 역주행을 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 투자하신 많은 국민들께서 억장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고 또 대한민국 경제와 미래가 어두워서야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위기로)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 맞냐, 시행시기를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부자감세를 반대하면서 종부세와 금투세와 관련해 ‘거래세 줄이고 보유세 높이는’ 방안과 함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에게 매기는 세금을 줄이는 것을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고 부자감세가 낙수효과 없이 결국 나라 곳간만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종부세 완화가 부자감세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의 민주당 경제통 안도걸 의원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금투세 폐지 등 (정부의) 추가적인 감세계획으로 5조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데 지금과 같은 세수결손 상황에서 이러한 감세가 시급하지 의문”이라며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자감세를 더 확대하면 국가재정은 사실상 제 역할을 할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가뜩이나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 폐지가 자칫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종부세 감세 조치를 통해 종부세 납부자가 2022년 120만명에서 2023년엔 40만8000명으로 3분의 1로 줄었고 이는 전체 인구의 0.8%, 주택 소유자의 2.7%에 불과하며 납부자의 78.4%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종부세의 역할이 아직 필요하다”고 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의 원내부대표 임광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때 언급한 ‘금투세 도입시 주가폭락’ 발언을 지적하며 “시장에 과장된 공포를 조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우려스럽고 부적절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재명 후보가 금투세 유예 논리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임 의원은 또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 연간 양도차익 5000만원 이상의 일부 개인투자자에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며 “역사는 금투세 폐지를 단지 부자감세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논평에서상속세, 종부세, 금투세에 대한 대통령실의 부담 완화나 폐지 검토에 대해 “세수확충 방안 마련에는 눈을 감고 초부자 세금 깎아주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매월말에 실시하는 ‘유권자 과세 인식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를 보면 지난 5월말 조사에서 금투세 부과에 57%가 찬성했고 1주택·실거주자 종부세 폐지안에 대해서는 52%가 반대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