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파장
임 “로비하려면 결재 번복 전, 시기적 불가능”
이 “VIP는 해병대사령관” 석연치 않은 해명
‘수사외압’ 더해 ‘구명로비’ 의혹도 수사로 규명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이 모씨의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내용이 공개된 가운데 당사자들이 일제히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더해 구명 로비 의혹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특검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의 필요성이 더 커진 모습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이씨와 공익제보자 김 모 변호사의 통화 녹취 공개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앞서 JTBC 등을 통해 공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8월 9일 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가지고 A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서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라고 A에게 말했다)”라고 말한다.
녹취에는 김 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쪽에서?”라고 묻자 이씨가 “그렇지. 그런데 이 언론이 이 XX들을 하네”라고 답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씨와 김 변호사, 전직 청와대 경호처 직원인 A씨는 모두 해병대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추진했던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 통로’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는 도이치주가조작 사건 관련 1심 재판에서 ‘2차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돼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김 여사와 서로 아는 사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통화녹음이 공개되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며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보도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측도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그 누구로부터도 해병 1사단장을 구명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구명 로비의 당사자인 임 전 사단장은 입장문을 통해 “A씨든 이씨든 임성근을 위해 누군가를 상대로 로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2023년 7월 28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를 결재한 시점은 2023년 7월 30일, 결재를 번복한 시점은 7월 31일”이라고 밝혔다. 누군가에 의해 구명로비가 있었다면 늦어도 이 전 장관이 결재를 번복한 2023년 7월 31일 이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언론에 보도된 2023년 8월 2일 이전에는 이씨나 A씨가 사의 표명 사실을 알 수 없어 로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씨도 언론 등을 통해 통화내용은 짜깁기 된 것이며 임 전 사단장은 알지도 못하고 구명운동을 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VIP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지칭하는 것이며 통화 내용은 A씨가 임 전 사단장과 주고받은 문자를 읽어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다만 이씨의 통화내용을 보면 임 전 사단장의 존재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고, ‘VIP에 얘기하겠다’는 발언을 A씨가 했다고 보기 힘든 점, 또 군 내부에서 사령관을 VIP로 부르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 등 그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가 해병대에서 4성 장군이 나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을 만큼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함께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도 공수처나 특검의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씨와 김 변호사의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하고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이씨의 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구명로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수처는 녹음파일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으로 일체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