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덤 대회 한다더니 실제는 도박장
대회 개최사 대표 구속
서울경찰 216명 검거
적법한 대회를 가장해 사람들을 모아 대규모 도박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대규모 홀덤대회를 개최한 대회사 대표 등 216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대회 개최를 맡은 업체 대표 A씨를 도박장소개설 혐의로 구속했고, 직원 11명을 공범으로 검거했다. 또 대회 개최에 관여한 중소홀덤펍 업주와 딜러, 대회 홍보담당자, 시드권 판매상 등 204명은 도박장소개설방조 혐의로 검거했다.
흔히 홀덤으로 불리는 ‘텍사스 홀덤’은 트럼프 카드 52장을 이용한 게임이다. 딜러가 나눠준 카드를 조합해 순위가 가장 높은 카드를 소지한 참가자가 이기는 방식이다.
현금이 오고가지 않으면 도박으로 처벌받지 않아 게임테이블 등 기자재를 설치하고 주류와 음식을 판매하는 ‘홀덤펍’이 유행했다. 하지만 음성적 도박이 빈번하게 이뤄지자 경찰이 일제 수사에 나섰다.
이번에 서울경찰청이 검거한 일당은 대회를 가장한 이동식 도박장을 운영한 것으로, 전국에서 적발된 첫 사례다.
대회 업체는 참가비에 해당하는 시드권을 장당 10만원 가량에 판매했고, 시드권이 있는 사람들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프랜차이즈 영업방식이 동원됐다.
대회 업체는 전국의 홀덤펍들과 제휴·가맹계약을 맺은 뒤 시드권 판매를 맡겼다.
이들은 시드권 판매대행은 물론 시드권을 상품으로 걸고 홀덤 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회사는 이를 통해 시드권 판매와 대회 홍보까지 했다.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홀덤 대회에서는 시드권 50장(약 500만원)을 제출해야 참가할 수 있었다. 참가자 206명으로부터 1만300장(10억3000만원 상당)을 참가비 명목으로 받고 대회를 진행했다.
이중 1등 1억7000만원 등 총 8억2400만원이 상위권 참가자들에게 상금으로 지급됐고, 나머지는 대회사의 수익이었다.
시드권은 종이 쿠폰으로 발행·유통됐지만 점차 모바일 앱으로 진화했다. 또 개인간 거래로 쉽게 유통되면서 규모도 점차 커졌다.
경찰 수사결과 이들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에 소재한 호텔 등지에서 47차례에 걸쳐 홀덤 대회를 개최했는데, 총판돈은 380억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시드권으로 게임에 참여한 뒤 상금을 나누는 행위는 그 자체로 도박에 해당된다”며 “현금화가 가능한 시드권이나 경품을 상금으로 한 행위가 도박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