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영향…1분기 원금비보장 ELS 발행 45.3%↓
1분기 3.8조 원금손실 발생 구간 진입
2분기 만기도래 규모 3조 … 30~50% 손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증권사의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서 금융소비들의 불신이 커졌고 투자수요 위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현황’에 따르면 1분기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액은 4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7조5000억원) 대비 45.3% 감소했다.
원금비보장형 ELS 발행액은 지난해 1분기 6조8000억원, 2분기 9조2000억원, 3분기 7조2000억원 등 분기마다 6조~9조원 가량 됐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줄었다.
원금지급형 ELS 발행액은 4조원으로 지난해 1~3분기 평균(분기별) 발행액인 2조9000억원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는 발행액이 23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연말 퇴직연금 편입 차환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향으로 1분기 전체 ELS 발행액은 8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7000억원(17.5%), 직전 분기 대비 23조원(74.2%) 감소했다.
3월말 기준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이 발생한 파생결합증권은 3조8000억원으로 전체 잔액 88조1000억원의 4.3%이며 전액 ELS에서 발생했다. 연초 홍콩 H지수가 5000까지 하락하면서 주로 H지수 기초 ELS에서 녹인이 발생했다. 상품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녹인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면 투자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된다.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 중 올해 2분기에 만기가 도래한 규모는 3조600억원 가량이며 대략 30~50% 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H지수가 6200선으로 회복되면서 손실률이 줄었다. 올해 1~2월에 만기가 도래한 ELS의 평균 확정 손실률은 53%에 달했다.
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손실률은 20%대에 머물고, 7000을 넘어서면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사태 이후 원금지급형 상품인 파생결합사채(ELB)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파생결합사채의 발행액・잔액이 증가했다”며 “다만 파생결합사채는 발행인의 신용상태・지급여력에 따라 투자원금이 보호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품”이라고 투자 위험을 경고했다. ELS는 ELS와 ELB를 통칭하는 말이다.
3월말 기준 ELS 발행잔액은 5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7조4000억원) 대비 8조2000억원(12.2%) 감소했고, 전년말(67조원) 대비 7조8000억원(11.8%) 줄었다. 원금지급형 ELS 잔액은 31조5000억원으로 전년말(31조2000억원) 대비 3000억원(1%) 증가한 반면, 원금비보장형 ELS 잔액은 27조7000억원으로 전년말(35조7000억원) 대비 8조원(22.4%) 감소했다.
주요 기초자산별 발행잔액은 S&P500(23조8000억원), EuroStoxx50(22조1000억원), HSCEI(14조7000억원), KOSPI200(13조7000억원), Nikkei225(7조1000억원) 순이다.
금감원은 “최근 주요 주가지수의 역사적 전 고점 경신 이후 Nikkei225, Eurostoxx50 등 일부 지수는 상승세가 정체돼 하락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러한 지수 추세를 고려해 주요 주가지수 기초 ELS 투자자 유의사항을 배포하고 파생결합증권 투자자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