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내수전망’ 고집하는 정부…KDI마저 ‘내수 부진’

2024-07-12 13:00:00 게재

기재부 7월 그린북에서도 나홀로 “내수 회복조짐 가세”

소매판매 2개월 연속 감소 … KDI는 “내수회복세 미약”

기획재정부의 경기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 경제정책방향도 현실과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내수’와 관련된 경기진단에서 그렇다. 기재부는 12일 발표한 ‘7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내수 회복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내수의 대표적 지표인 소매판매는 2개월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마저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우려할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경기회복 확대되고 있다는 기재부 = 기재부는 이날 “물가 안정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최근 경기흐름을 규정했다.

다만 대외경제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달 그린북(최근 경제 동향)을 통해서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경기 상황을 평가했다. 5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 지난달 28일에도 “전반적으로 주요 지표가 월별 변동성 차원에서 전월 개선에 따라 조정받았다”며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 소비에 대해서는 “소비 지표는 5월 다소 둔화됐으나 6월 소비심리 반등·속보지표 개선 흐름 등을 고려할 때 분기 전체로는 보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내수회복 진단, 사실일까 =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 경기상황에 대해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내수 회복흐름을 놓고는 정부와 KDI가 서로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다. KDI는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에서 경기 개선세가 ‘미약하다’는 표현을 썼다. 지난달 경기 진단에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보면 KDI의 경기진단은 ‘다소 개선’(경제동향 7월호)에서 ‘개선세 다소 미약’(경제동향 8월호)으로 부정적으로 선회한 셈이다.

KDI 경기진단이 부정적으로 선회한 가장 큰 배경은 ‘내수’다. 최근 내수 부진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KDI는 특히 내수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고금리’를 지목하고 있다. KDI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5월에도 KDI는 보고서를 통해 “금리정책의 내수에 대한 파급의 시차를 고려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수 부진은 다시 가계·기업의 빚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KDI는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매판매·설비투자·건설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4월 말 기준 0.61%로 지난해 같은 달(0.41%)보다 0.2%p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4%로 전년 동월(0.34%) 대비 0.06%p 올랐다.

◆자영업자들은 죽겠다는데 = 실제 내수시장은 ‘회복확대’라는 정부 진단과 거꾸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지표를 보더라도 ‘내수 관련’ 지표만 유독 악화되고 있다. 고금리장기화에 실질임금이 뒷걸음질치면서 내수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보인다.

대표적인 지표가 1인자영업자와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다. 1인자영업자는 자영업자 중에서도 영세자영업자로 분류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감소폭도 갈수록 커져서 지난 5월과 6월은 각각 11만4000명, 13만5000명씩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 3일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따로 내놓을 정도다.

역시 대표적 내수업종인 건설업의 경우 취업자 수가 전월(5월)보다 4만7000명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6만6000명 급감했다.

건설업이 위축되면서 이 업종의 취업자 가운데 비중이 큰 연령대인 50대의 고용률은 3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감소(4월 -0.5%p, 5월 -0.4%p, 6월 -0.8%p)했다.

이미 다 지은 건설기성(불변)은 건축(-5.7%), 토목(-1.1%) 모두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대비 4.6% 감소했다. 앞으로 지을 건설수주(경상) 역시 철도·궤도 등 토목(-45.0%) 및 사무실·점포 등 건축(-28.9%)에서 모두 줄어 전년동월대비 35.4% 감소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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