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자회견 당일 또 두차례 실언
젤렌스키→“푸틴”, 해리스→“트럼프” 말실수 … “내가 적임자” 대선 완주 고집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으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으로 잘못 부르는 실언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단독 기자회견에서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승산을 우려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가 대통령이 될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면 난 ‘트럼프 부통령’을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실언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라고 해야 할 지점에서 ‘트럼프 부통령’으로 말한 것이다.
회견장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하던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장기자들은 아연실색했다. 한 기자는 “바이든이 해리스 부통령을 의미하는 ‘트럼프 부통령’을 언급했을 때 기자회견장은 조용해졌다”고 전했고, 다른 기자는 “바이든은 이 기자 회견을 시작할 때 부통령의 이름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해리스의 자격에 대해서는 정통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자는 “바이든이 젤렌스키를 ‘푸틴’이라고 부른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실수”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 행사 연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이름을 러시아 대통령 ‘푸틴’으로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저지른 일을 지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 협약 행사에서 인사말을 한 뒤 “나는 용기만큼이나 결단력이 있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기려 한다”면서 “신사·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 순간 대형 스크린으로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던 나토 정상회의 기자실에서는 “오 마이 갓(Oh my God)” 등 기자들의 탄식 소리가 잇따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내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고는 “그가 푸틴을 물리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나는 푸틴을 물리치는 데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너스레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건강과 인지력 저하 문제를 드러낸 뒤 재선 도전 포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또 저지른 것이라 그 파장은 순식간에 번져갔다.
신문, 방송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해당 장면을 주요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NYT는 “바이든이 젤렌스키를 푸틴으로 잘못 언급한 실수가 큰 화제를 모았다”면서 “ABC, CBS, NBC 등 주요 방송사들은 이 장면을 많은 시청자들이 시청하는 오후 6시 30분 저녁 뉴스에 내보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계속되는 지정학적 긴장을 고려할 때, 이번 말실수가 나온 타이밍은 특히 불운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안팎의 거센 후보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그는 “난 내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난 그(트럼프)를 한번 이겼고 다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인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검사 필요성이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과 관련, “의사들이 신경과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받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저에게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하든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인지능력에 대한 의문이 미국의 위상에 해를 끼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나토 정상회의의 성공을 강조했다. 그는 “이보다 더 성공적인 회의를 본 적이 있나”면서 “다른 나라 정상들은 ‘우리가 함께 있는 이유는 바이든 때문이며 바이든이 다음과 같은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