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아이슬란드어선을 전기추진선으로 개조

2024-07-12 13:00:19 게재

KMI·중소조선연구원 등 아이슬란드와 협약

1일 조업선 대상 … 어창 없어 선박개조 용이

한국의 조선기술로 북유럽 수산업 강국 아이슬란드 어선을 전기추진선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연구본부 전문연구원은 12일 “ 2022년 아이슬란드 요청으로 시작된 사업은 지난해 12월 양국 26개 기관이 참여한 ‘아이슬란드 전기어선 개량사업 및 업무협약’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업무협약 내용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참여기관들은 오는 10월 아이슬란드 현지에서 전기추진선으로 개조할 어선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기관들은 아이슬란드 어선 개조사업을 바탕으로 한국의 중소선박 관련 산업이 유럽 등 해외시장으로 확산되는 파급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6만여척의 어선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하는 것도 과제다.

◆10~14m, 3.5톤, 300~400마력 규모 어선 대상으로 = KMI와 중소조선연구원 등은 지난달 27~28일 부산 그리핀베이호텔에서 우리나라와 아이슬란드의 전기소형선박 개발을 위한 ‘한-아이슬란드 업무협약(MOU) 전체회의’를 열었다.

양국 26개 기관이 참여한 협약 체결식 이후 올해 처음 열린 ‘한-아이슬란드 MOU 전체회의’는 △선박의 탄소중립 실현 △글로벌 친환경선박시장 진출 기반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국내 참여기관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부경대학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전기소형선박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빈센 등 국내기업들이 참여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협약 체결 대표기관인 그라나플과 투자기관들이 참여했다. 그라나플은 소형어선 탈탄소화 관련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소형 전기추진 어선 모습. 사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KMI와 중소조선연구원에 따르면 양국은 우선 시범사업을 통해 길이 12m, 무게 3.5톤급 어선(대구조업)을 전기추진선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400마력 출력 디젤엔진을 장착한 배를 150~300kWh 전기추진선(배터리)으로 개조한다.

추진모터는 50~150kWh, 전압은 낮은 단계에서 100~300볼트 높은 단계에서 300~700볼트다.

고 연구원은 “배터리 지속시간 등을 고려해 1일 조업 어선을 대상으로 하며, 길이 10~14m, 순톤수 3.5톤, 300~400마력 수준의 어선을 대상으로 우선 진행한다”고 말했다.

KMI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자원관리를 잘 하는 수산업 선진국의 경우 하루 3~4시간 조업하고 돌아오는 어업방식이 발달했다. 잡은 물고기를 배안에 두기 위한 어창이 필요없는 이유다. 어창이 있는 한국 어선은 전기추진선으로 개조할 때 어창을 유지하며 배터리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차세대한국형어선개발연구단장은 “유럽 소형어선은 우리 어선과 달리 어획한 물고기를 담아두는 어창이 따로 없어 선박을 개조할 때 갑판하부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작업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시범사업 바탕으로 세계시장 진출 기대 = 아이슬란드 소형전기어선 개발사업에는 추진모터·리튬이온 배터리팩 등에 대한 사항이 핵심 기술로 포함됐다.

추진모터는 장기간 보존을 위해 영구자석으로 이뤄져 있고 △50~150kW 출력 범위 △100~300V 또는 300~700V의 전압 범위 △냉각 액체 등으로 구성된다. 리튬이온 배터리팩은 트럭 버스 등에 적용했던 기술을 기반으로 100~300V 또는 300~700V 수준의 전압, 150~300kWh 출력 수준의 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또 소형전기어선 개발에는 △수소연료전지 △메탄올에서 수소에너지로의 전환 기술 △액상 메탄올 등 다양한 에너지 개발기술도 포함한다.

아이슬란드는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을 위해 △여객·수송선 청정에너지 사용 △선박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강화 △항만 및 항·포구의 전기충천 인프라 구축 △기후기금 조성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기에너지 사용 전환에 대비해 항만과 포구의 전기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크루즈선 등 대형선박을 대상으로 한 고전압 충전소 구축도 포함했다.

친환경선박 전환을 위한 지원정책과 함께 △탄소세 강화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 △정부에 의한 기후정책 강화 △녹색계정 구축 등 규제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KMI와 중소조선연구원은 우리나라 참여기관의 기술로 아이슬란드 디젤엔진 어선을 전기추진선으로 개조하는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2023년 기준 763척인 아이슬란드 소형 디젤선박에 대한 전기화 개조 확대사업이 우리나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진 단장은 “국내 관공선 레저선 일반선 등을 전기추진선으로 개발하는 대부분 업체들이 아이슬란드와 업무협약에 참여했다”며 “아이슬란드에서 어선 개량사업을 성공하고 전기추진어선 신조까지 할 수 있게 되면 유럽이나 우리나라 어선 전환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어선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하는 수요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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