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6월 소비자물가 전월대비 '0.1% 하락'…4년 만에 처음
전년 동월대비 3.0% 상승…시장 예상치 밑돌아
9월 금리인하 ‘99%’로 급등…원달러 환율 하락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0.1%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증가율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며 코로나 19 팬데믹이 정점이던 2020년 5월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 또한 3.0%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패드워치 툴에서 9월 금리인하 전망은 전일 77%에서 99%로 급등했다.
◆주거비 상승 폭 축소 고무적 =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가 0.1% 상승이었고, 하단이 보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전망보다 크게 둔화한 수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대비 0.1%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 0.2%를 하회했다. 전년 동월대비 물가상승률 또한 3.0%로 예상치 3.1%를 하회했다.
1분기에는 물가가 반등했지만, 2분기 들어 재차 물가 둔화세가 확인되면서 3개월 이동 평균 물가 상승률 (연율)은 헤드라인이 1.05%, 근원물가는 2.10%를 기록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무적인 것은 단순히 헤드라인 및 코어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둔화되었다는 점이 아니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의 상승폭이 동반 둔화되었다는 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부문의 물가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전체 헤드라인 소비자물가하락을 주도한 가운데 에너지 서비스를 제외한 서비스물가 역시 5월에 이어 하향 안정세를 기록했다”며 “그 동안 미국 소비자물가 압력의 주범이었던 주거비항목 역시 6월 상승폭이 전월대비 0.2%에 그치면서 5월 0.4%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주거비의 경우 추세적 상승 혹은 둔화 흐름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주거비 상승 압력 둔화로 전체 소비자물가 압력 역시 향후 둔화될 여지가 커졌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주거비 상승 폭이 축소된 점이 고무적”이라며 “지난 4개월 동안 전월비 0.4%의 증가율을 유지해오던 주거비 상승률이 전월비 0.2%로 둔화되었으며, 세부 항목인 자가주거비(OER)와 임대료 역시 각각 전월다비 0.4% 에서 0.3%로 둔화하는 등 주거비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물가 안정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유가 및 식료품 가격의 등락으로 물가 압력이 간헐적으로 높아질 수 있지만 주목할 부분은 주거비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물가의 하락 압력이 가시화됐다”며 “이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추세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강화 = 연준 인사들과 시장은 6월 물가둔화에 일제히 “고무적”이라면서 환영했다. 주거서비스 고착화 우려가 완화되고 전반적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이 뚜렷해지면서 9월 정책전환 개시 및 연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됐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구체적인 금리인하 시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인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데일리 총재는 6월 CPI 발표 직후 한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발표된 고용과 인플레이션 지표를 감안할 때 금리정책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우리의 목표와 관련한 위험이 보다 나은 균형을 이루고 통화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CPI 둔화 소식에 “연준이 2% 목표로 가는 경로에 있다는 확신을 주는 증거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수치”라며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 둔화의 중요성을 강조,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발언은 조만간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신중함을 우선시하여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다만 연준은 정책 기조가 전환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우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의 문구를 변경하고,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 등을 통해 관련 신호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리서치 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는 “특히 주거비의 월간 상승률이 2021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둔화세를 보인 것은 인플레이션(연율)이 2%대로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선물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은 9월과 12월 각각 0.25% 금리인하 가능성을 거의 확신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11월에도 인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달러현상 약화 전망 = 미국 물가 둔화 소식에 원달러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4분 현재 전 거래일(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보다 5.3원 내린 1373.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 30분 종가로 1378.8을 기록했던 환율은 미국 CPI 둔화 소식에 이날 새벽 2시까지 이어진 야간거래에서 5.8원 하락해 1373.0원에 장을 마쳤다.
달러화는 미국 6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둔화세를 지속한 점이 연준 금리 인하 전망을 강화시키며 국채금리 하락과 더불어 약세를 나타냈다. 미 경제의 연착륙 기조 속에 미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 본격화가 강달러 현상을 약화시킬 전망이다. 환율은 이날 1372.0원에 개장한 이후 1370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편 엔달러 환율은 미국 CPI 발표 이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161.6엔대에서 157.4엔 전후까지 하락해 일본 당국이 또다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6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기준가(853.15원)보다 12.85원 올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