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 뿌리 알게 친부모 정보 달라”
아동권리보장원 상대 정보공개 청구 소송
해외입양인들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나섰다. 자신들이 뿌리를 찾기 위한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이유에서다.
입양인 알권리 법률대리인단,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은 12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친부모에 관한 정보 일체를 공개하지 않아 입양인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며 “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덴마크에 입양됐던 입양인이 2022년 12월 19일 아동권리보장원에 본인의 입양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정보 비공개 결정을 했다.
소송대리인단은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정보 공개여부 결정 과정에서 비공개 처분 이유를 제시하거나 기간 준수를 하지 않는 등 행정절차법이나 입양특례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70~1980년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성장한 후 자신의 친부모나 입양경위를 알지 못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법률대리인단은 “아동권리보장원의 정보공개 처분은 해외입양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자신들의 뿌리를 알 권리를 보장하는 입양특례법의 입법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DKRG는 2022년 8월 진실화해를과거사정리위원회에 “국가와 입양기관이 해외입양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 달라”며 덴마크 해외입양인 55명을 모아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위는 현재 해외입양 300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외입양기관이 해외입양인에 대한 보호와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민사상 책임을 지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1979년 미국에 입양됐던 신송혁씨(당시 3세)는 지난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승소 했다.
신씨는 양부모에게 1986년 파양됐고, 1989년 미국에서 다시 입양됐다가 16세때 파양 당했다.
청소년 시기에 두차례나 양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는 2016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1979년 이후 미국에 거주했지만 파양과정에서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 청소년 시절 범죄 전력으로 영주권 재발급도 거부됐다.
자녀를 두고 있는 신씨는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에 체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는 홀트아동복지회가 신씨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후견인인 홀트아동복지회가 해외입양인에 대해 보호 의무와 국적취득 확인 의무를 위반했다는 신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판결에 대해 신씨와 홀트아동복지회는 각각 항소했고, 서울고등법원 민사3-2부에서 항소심을 맡고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