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트럼프 암살 시도’ 더 깊은 분열로

2024-07-15 13:00:03 게재

정치폭력 비난하지만 정치전쟁 그대로 … NYT, WP 등 주류 언론들 우려

14일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RNC)를 앞두고 경찰관들이 행사장인 파이서브포럼 앞 광장에 모여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사건 이후 경찰관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주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버틀러에서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미국 정치권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를 더욱 깊은 분열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피격 사건에 대한 분석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 매체는 이념적 문화적으로 깊이 갈라진 미국이 암살시도 사건을 계기로 더욱 분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이번 사건이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생해 그 파장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WP는 ‘미국 정치폭력에 대한 비난 속에서도 정치전쟁은 멈추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폭력에 대한 광범위한 비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격렬하게 이어져 온 정치전쟁은 멈추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번 총격이 공화당 전당대회 전야에 발생했기 때문에 캠페인의 방향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게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양쪽 정치적 분열을 넘어서는 존재론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우파에게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좌파의 적들로부터 박해를 받아왔다고 믿는 것의 폭력적인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피 묻은 얼굴로 주먹을 쥐고 외친 트럼트 전 대통령의 말은 “싸워라! 싸워라!”였고, 그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트럼프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동기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좌파에게는 2020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공격이 또 다른 트럼프 대통령 임기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가장 큰 상징이다. 그날은 트럼프가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선출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등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본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양진영 모두에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치공방을 넘어선 존재론적 의미라는 해석이다.

같은 날 NYT 역시 ‘미국을 더 갈라놓을 것 같은 암살 시도’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지닌 함의를 설명했다.

NYT는 1981년 총격을 받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는 나라가 부상당한 지도자 뒤에 단결했다며 당시 민주당 하원의장 토마스 P. 오닐 주니어는 공화당 대통령 병실로 가서 그의 손을 잡고 머리에 키스하며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암살 시도는 미국을 더 분열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분 만에 분노, 비통, 의심, 비난이 가득 찼으며, 음모론이 제기되었으며, 적대감으로 가득 찬 나라는 더욱 분열되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민주당원들은 오랫동안 트럼프를 비난해 온 정치적 폭력을 한탄했지만, 공화당원들은 전 대통령을 파시스트로 지칭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는 선동적인 언어가 공격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즉시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비난했다. 이를 통해 이번 사건이 민주당에 의해 박해받고 있다는 트럼프의 내러티브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탄핵, 기소, 소송 및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는 토요일 이전에도 민주당이 그를 FBI 요원에게 총을 맞게 하거나 사형에 처하게 하려고 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특히 WP와 마찬가지로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후 트럼프는 얼굴에 피가 묻은 채 군중을 향해 주먹을 쥐고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라고 외쳤다는 점을 주목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미국이 이미 이념적, 문화적, 당파적 선을 따라 깊이 분열되어 있는 시기에 발생했으며, (현재 미국은) 두 나라, 심지어 두 현실로 나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분열은 너무 뚜렷해져서 지난 5월 마리스트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7%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두 번째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거나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정치적 폭력이 끝없는 당파 전쟁의 또 다른 형태로 전이될 위험도 거론했다. 5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1%의 미국인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폭력이 때때로 또는 항상 정당화된다고 말했으며, 21%는 중요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이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두 매체는 이번 사건 이전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정치적 폭력과 암살시도를 거론했다. 1960년대는 존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로버트 F. 케네디의 암살로 특징지어졌으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당했다. 또 2011년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 총격을 당했고, 2017년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이 의회 야구 경기 연습 중 총격을 당했다.

이들 매체는 이번 총격 사건으로 미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누가 그 길을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깊은 분열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시민들은 이 분열을 치유하고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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