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몰려 문닫고 실업자된 자영업자 23.1%↑

2024-07-15 13:00:08 게재

자영업 출신 실업자 급증 … 고금리·내수부진에 2년째 늘어

작년 폐업자 100만명 ‘역대 최대’ … ‘사업부진 탓’ 19%↑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자영업자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무려 연간 100만명에 육박했다. 특히 ‘사업 부진’을 이유로 한 폐업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고용원 없는 영세 사업자를 중심으로 자영업자가 2분기 연속 쪼그라들었다. 내수 부진 첫 파장이 영세자영업자들의 목을 쥐고 흔드는 형국이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급증하는 폐업 자영업자 = 15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폐업자 수는 2020~2022년 8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00만명에 육박하며 급증했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전년(40만6225명)과 비교하면 7만5958명(18.7%)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폭 증가다. 사업 부진 외에 폐업 사유로는 기타(45만1203명), 양도·양수(4만369건), 법인전환(468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 폐업이 27만65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비스업(21만7821명), 음식업(15만8279명) 등 내수와 직결된 업종의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임대업(9만4330명), 건설업(4만8608명) 등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부동산 관련 폐업자도 많았다.

지난해 폐업률은 9.0%로 2016년(11.7%) 이후 줄곧 하락하다 8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폐업률은 가동사업자와 폐업자의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이다.

폐업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5.2%를 기록한 뒤로 가동사업자 증가 등 영향으로 대체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폐업자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고금리에 내수부진 겹쳤다 = 폐업 신고 증가세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내수 부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위기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정부 지원금이 상당 부분 중단되면서 그간 잠재됐던 폐업 신고가 일부 더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등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사업 부진에 따른 폐업 행진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영업자는 올해 1분기 약 2년 만에 마이너스(-9000명)로 돌아선 뒤 2분기 10만1000명 줄며 감소 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4100명 줄며 2015년 4분기(-11만8200명)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자영업자→실업자 23.1% 급증 = 이에 따라 사업 부진 등으로 장사를 접은 뒤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들이 23.1%가 급증했다. 재취업을 하지 않고 노동시장을 떠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사람들도 늘어났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실업자는 91만8000명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 85만9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9% 증가했다.

하지만 상반기 실업자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자영업자 출신 실업자)은 월평균 2만6000명이었다. 1년 전(2만1000명)과 비교하면 23.1% 급증했다. 전체 실업자 증가율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더 높다. 폐업하고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2022년 44.5% 급감했다가 지난해(5.9%)와 올해(23.1%) 2년 연속으로 증가했다. 일을 그만둔 이유를 살펴보면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1.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전반적인 ‘고용 훈풍’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장기화한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1~5월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정부 ‘미온적 대응’ 지적도 = 이런 상황 탓에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발표한 7월 경제 동향에서 경기 판단을 ‘다소 개선’에서 ‘개선세 다소 미약’으로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주된 요인으로 ‘회복되지 못하는 내수’를 들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미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나흘 뒤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도 ‘자영업 위기’를 의식해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자영업 소상공인 지원 종합 대책을 담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의 대부분이 배달료 지원이나 대출만기 연장 등 ‘비용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자영업 경쟁력 개선이나 노동시장의 재구조화 등 근본적 구조개혁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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