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종부세 완화’ 역풍 부나…“집값 상승 부추겨” 지적도
민주당 경제통 안도걸 의원 “서울 집값 들썩, 불쏘시개 될 우려” 김두관 “당의 방향과 어긋나” … 조국 전 대표 “지역 완전 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염두에 둔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 경제통인 안도걸 의원이 두 달 전 종부세 완화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며 우려했던 지적이 재소환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민주당 소속의 노무현,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의 최대 실패요인으로 민주당엔 뼈아픈 아킬레스건이면서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는 김두관 후보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역시 종부세 완화가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김두관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종부세와 금투세 등 세제와 관련해서 우리 당이 지켜온 나름대로의 원칙이라고 본다”며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유연하게 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정책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했다.
또 “우리 당내의 여러 가지 견해들이 다양하게 있고 당원들과 충분하게 토론하고 정책위 단위에서 충분히 검증한 다음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종부세도 전체 주택 소유자의 2.7%에 해당되고 금투세도 소위 주식 투자를 해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본 사람들 1400만 중에 1% 정도에게 부과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특히 우리 당이 기본소득이라든지 기본 자산이라든지 또 복지 이런 걸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당의 방향이 있는데 그 방향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세수가 부족해서 예산이 굉장히 부족한데 이렇게 하고 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도 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낸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지난 6월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페이스북에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종부세 폐지’를 얘기하고 국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완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도 7월 세법개정안에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론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지며 여론의 관심이 종부세 개편에 쏠리고 있다”며 “가뜩이나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종부세 폐지가 자칫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종부세라는 보호 장치가 고가 주택과 다주택 수요에 대한 투기적 거래를 제어해왔던 효과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울 집값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이어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4월 서울 주택 거래량은 전월대비 29.5% 증가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4.2%나 늘었다”며 “서울 아파트의 경우는 작년 동기 대비 거래량이 62.4% 급증했다”고 했다.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4월 서울지역 주택가격은 0.09%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여기에 공급난 우려와 전세값 고공행진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후에도 서울 주택 거래량 증가 추이는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신고일 기준)는 전월(4840건)보다 7.1% 상승하며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39.3% 증가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부세 완화 기조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겨 강남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입지 조건이 좋은 서울 지역에 아파트 수요가 몰릴 경우 가격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종부세의 역할이 아직 필요하다”며 “다주택자와 법인에 부과되는 중과세율은 종부세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판”이라고 했다.
종부세는 대부분 수도권 일부 고자산가들이 납부하고 이를 지역에 분배,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부세 완화’가 ‘지역을 망하게 한다’는 논리로 옮겨 붙기도 했다.
안 의원은 “종부세 감세 조치를 통해 2022년 120만명에 이르렀던 종부세 납부자가 2023년엔 3분의 1(40.8만명)로 줄었다”며 “이는 전체 인구의 0.8%, 주택 소유자(1531만명)의 2.7%에 불과하며, 납부자의 대부분(76.4%)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했다. 종부세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게 부과되고 이미 과세대상을 현실적으로 크게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조 국 조국혁신당 당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분들이 종합부동산세가 폐지될 경우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엄청나게 사라진다는 점을 모르고 계신다”며 지역 국회의원들이 많이 따왔다고 생색내는 예산인 “바로 그 ‘지방교부세’는 ‘종합부동세’에서 뽑아 쓰는 것”이라고 했다. “2022년 여야 합의로 종부세 공제액을 12억 원으로 올리고, 공시가격도 현실화하여 부담을 지는 사람 수가 대폭 줄었다”며 “그럼에도 또 종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면 지역, 완전히 망한다”고 했다.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는 9487억원으로 2년 전인 2021년(4조4085억원) 대비 78%나 급감하면서 지역으로 배분되는 규모 역시 크게 줄었다.
안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역대급 부자감세로 나라 곳간이 말라가고 있다”며 “절실한 양극화 해소와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등을 위한 안정적 세수 확보 방안이 최근의 감세 논의보다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7월에 들어오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서도 종부세 과세기준을 12억원에서 20억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주당도 종부세 완화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