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밀워키 도착 후 주먹 불끈 “단결하자”
트럼프, 15~18일 전당대회서 후보 공식 선출
바이든, 백악관 연설서 "폭력의 길 가선 안돼"
유세장 총격 암살 시도의 표적이 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오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도착했다. 펜실베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피격 부상을 당한지 하루 만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전용기 ‘트럼프 포스 원’에서 내리며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18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그는 18일 저녁에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8면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단결해 미국인으로서 본성을 보여주고, 강하고 결연하게, 악이 승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지난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전당대회 기간 찬조연설자 명단에 새롭게 포함됐다고 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통합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설자 명단에는 부통령 후보로 이름이 거론돼 온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J.D. 밴스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도 포함됐다.
트럼프 피격 사건이 4개월도 안남은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 대형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8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정치적 폭력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미국이 폭력의 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 길을 갈 수 없고, 가서도 안 된다”면서 “미국에는 이러한 폭력,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될 수 없고, 우리는 이 폭력이 정상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동맹들이 자신의 기록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인들에게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벗어나 폭력으로 이어지는 길을 피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 정치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격범의 동기나 공범 여부에 대해 아직 모른다며,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는 음모론 차단에도 부심했다.
한편,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몰아넣은 이번 사건과 관련, 미 정치권에서는 극단으로 치닫는 증오의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극단의 언행을 줄여야 한다”면서 “양당 지도자들 모두 나라를 진전시키기 위해 대립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와틀리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도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모든 미국인에게 지금은 분열을 중단하고 잠시 멈춰서 현재 정국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돌아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펜실베이니아 출신 존 페터먼 상원 의원은 “우리는 이번 대선과 관련해 열기를 가라앉혀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 출신인 조슈아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이날 별도 연설을 통해 이번 사건이 “용납할 수 없는 비극”이라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열기를 가라앉히고 증오의 언사를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이번 사건으로 공화당원들과 지지자들의 격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어 향후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