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술 일차의료 결합
일차의료에 디지털기술 적용…국민건강-산업발전 기여
건강정보 상시 모니터링, 만성-급성질환 관리 향상 … “의료개혁 과정에 함께 추진해야”
7월 10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조만간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도 진입한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건강상 문제로 의료를 이용하고 비용 지출이 많은 ‘다질환-고비용군’의 증가를 뜻하기도 한다. 2022년 진료비의 43.1% 수준인 44조1187억원을 노인인구가 사용했다. 따라서 노인인구의 보건의료대책은 건강증진과 더불어 의료비 경감을 목표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는 ‘사후약방문’격으로 병들거나 병이 악화된 이후 처치하는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래서는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 적절한 의료 대응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예방적 의료접근을 강화·확대해 의료의 수준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의료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역단위 만성질환자의 건강을 증진하는 일차의료혁신은 의료개혁의 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관련해서 일차의료에 디지털기술을 결합하는 사례와 만성질환관리의 효과 등을 살피고 전문가들의 제안 등을 나눈다.
의료에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개인의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디지털헬스케어 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기술을 주치의가 담당환자 치료에 활용한다면 주치의의 건강관리 수준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16일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현재 개발된 디지털헬스 기술을 주치의가 이용하면 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환자를 보다 더 책임있게 치료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정보가 공유 안돼 진료 효율성이 떨어진다. ICT를 이용한 디지털헬스서비스가 환자의 주도 하에 적극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의료개혁과제인 일차의료 강화에 디지털헬스케어 결합을 더하면 국민건강 증진과 더불어 산업도 같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기술 활용, 건강관리 수준 높여 = 최근 심혈관계질환을 검사하기 위한 휴대용 기기, 정확하고 빠르면서도 저렴한 바이오센서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센서는 암과 같은 심각한 상태뿐만 아니라 유해물질 검출이나 단백질 혹은 대사물질 측정으로 건강상태를 예측하는 등 다양한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이러한 바이오센서가 의료서비스에 실제 적용된다면 심혈관질환의 조기 진단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들의 병원 방문 횟수는 물론,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줄여 비용절감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저혈당쇼크 혹은 심장마비 가능성 등과 같은 응급상황을 즉시 알아낼 수 있는 ‘초소형실험실’도 질병을 갖고 있는 고위험환자군에서 활용될 수 있다. 초소형실험실이란 잠재적 질병의 정확한 진단을 얻기 위해 환자의 혈액 한 방울을 나눠 수많은 생화학 작용을 단일 칩에서 분석하는 기술이다.
홍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헬스 기술을 집에서 사용하는 거울 화장실 침대 등 가구나 설비 등에 적용하면 집안이 하나의 의료시설이 되고 집안에서 수집된 개인의 건강정보는 개인(본인)과 주치의에게 전달돼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거울은 얼굴 표정을 통해 기분이나 정신건강을 모니터링한다. 체온은 물론 체표면 혈관을 평가해 혈압이나 맥박까지 체크한다. 앞으로 기능이 발전하면 안구 속의 망막혈관을 모니터링해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진행상태나 경과도 알 수 있게 된다.
화장실 변기에 분석장치를 설치하면 소변이나 대변에서 얻어지는 DNA나 미생물 또는 인체대사물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시료가 매일 분석되고 그 건강정보를 본인과 주치의가 알 수 있게 된다.
침대 역시 건강관리에 중요한 도구다. 건강관리와 안전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수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움직임을 분석해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영상분석기능과 언어인지능력을 탑재해 응급상황을 의료진이나 돌봄제공자에게 신속히 알려줄 수도 있다. 노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스마트기술을 탑재한 침대는 그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에 설치되는 기기나 장치 외에도 일상 활동을 할 때 착용하는 바이오센서는 매우 다양하게 응용된다. 하루에 얼마나 걷고 운동하는지, 열량은 얼마나 섭취하는지, 혈압과 심박동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과 같은 정보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시계, 가정이나 직장의 생활공간에 설치된 바이오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생리학적인 혹은 병리학적 변화를 확인해 의료플랫폼에 전송하면 그 사람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신체 피부 안에 혈당이나 대사물을 측정할 수 있는 소형기기를 넣어서 지속적으로 건강상태를 점검하게 할 수도 있다. 내쉬는 숨을 분석해 혈중 알코올 농도도 알 수 있고 입냄새를 분석해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홍 교수는 “현재 개발된 디지털헬스 기술들을 주치의제도와 함께 활용한다면 상용화의 길이 열리고 기술력이 더 발전하면서 국민건강관리 효용성도 선순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 헬스케어사업, 주민건강 개선 = 현재 보건소에서 디지털헬스 기술을 이용해 지역주민의 건강관리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헬스 기술 적용 사례로 가치가 있다.
이윤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센터장에 따르면 보건소 모바일헬스케어 운영체계는 보행수 보행시간과 거리, 소모칼로리, 심박수를 확인하는 활동량계, 체중 체지방율 내장지방율 근육량을 확인하는 체성분계, 혈당계, 혈압계 등이 있다. 이런 도구를 통해 취합된 정보는 앱을 통해 통계화되고 이를 기반해 의사 간호사 영양사 운동전문가 등의 영양, 신체활동, 건강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진행된 보건소 모바일헬스케어사업 결과, 2023년 전국 등록자수는 2만8363명이고 서비스 완료자의 식생활과 신체활동 등 건강행태 개선도는 54.2%, 혈압 혈당 허리둘레 등 건강위험요인 감소는 55.9%로 나타났다.
이중정 계명대 교수는 지난 5일 ‘2024년 지방자치단체 건강증진사업 컨퍼런스’에서 발제한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의 효과성 및 만성질환자 접근접략’에서 참여자의 건강행태와 건강 위험요인 변화가 분명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업참여 6개월 후 건강행태가 1개 이상 개선된 경우가 대상자의 81.4%로 매우 높았다. 또 건강위험 요인 1개 이상 감소된 경우도 49.8%로 나타났다. 만성질환괸리 측면에서 1일 1회 혹은 정기적으로 혈압을 확인하는 대상자의 비율도 55.8%에서 89.3%로, 혈당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대상자의 비율도 61.4%에서 86.2%로 크게 증가했다.
이 교수는 “가정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개인용 도구와 플랫폼의 운영은 개개인의 혈압 혈당 활동량 등을 필요할 경우 즉각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현장검사(POCT)를 활용한 검사 결과의 신속한 피드백은 참여자의 행태 변화에 크게 도움에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ICT를 활용한 만성질환관리는 보건소의 수행정도에 비춰 우수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후약방문식 진료행태, 예방체계로 전환해야 = 우리나라 현재 의료시스템은 환자가 스스로 병의원을 찾아가 약물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행태가 주를 이룬다.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더라도 필요한 운동이나 영양관리는 알아서 해야 한다. 동네 일차의료 영역에서 주민 개인의 만성질환 등 건강상태를 주로 관리해 주는 주치의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는 일차의료 영역에서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사업을 수차례 변경해 추진 중이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등록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한국의료시스템의 혁신 성과 평가(8년차)-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의 혁신 성과와 과제’ 연구보고서(2023년)에 따르면, 심혈관계질환 뇌혈관계질환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위험은 시범사업 충실 참여군이 비참여군보다 낮았다. 총진료비를 보면 시범사업 참여군이 비참여군보다 평균 입원진료비가 낮았다.
보고서에서 강희정 보사연 선임연구위원 등은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의 개선 방향에서 ‘사업의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건강행동 모니터링과 독려를 위한 디지컬 기술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의료기관에 등록된 만성질환자들 보건소의 모바일헬스케어사업에 참여하거나 민간의 디지털 건강관리서비스와 연계도 검토할 수 있다.
또 다양한 디지털기술로 정보 소통이 원활해지고 있는 가운데 진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의 허락 하에서 질환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임 교수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이동할 때마다 진단을 중복하는 경우를 줄이고 환자 의무기록을 서로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선임연구위원 등은 “원격의료는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회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같은 장기 만성질환의 관리를 위해 환자에게 잦은 방문을 권하고 있지만 항상 대면 방문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의와 원격 협진도 활성화하고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면 일차의료의 기능도 높아질 것이다.
박건희 평창군의료보건원장은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질환 예방관리를 위해 보건소와 일차의료기관의 협력체계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기존 다양한 디지털 앱과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을 정리하고 지역주민의 전수 등록관리를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