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경합주 공략 ‘트럼프 아바타’

2024-07-16 13:00:02 게재

NYT “대기업 비판하는 경제적 포퓰리스트” … 트럼프와 유사하지만 충돌 소지도

공화당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후보 JD 밴스가 2022년 9월 17일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트럼프는 15일(현지시간)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 대선 후보로 확정됨과 동시에 오하이오주 출신인 39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선정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로써 2016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공화당 대선 후보에 올랐다. 그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오는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그는 전당대회 하루 전 보수 성향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 및 뉴욕포스터와의 인터뷰에서 미리 준비했던 연설문을 완전히 뜯어고쳤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기존 연설문에 대해 “매우 터프한 연설을 모두 준비해 놨다. 부패하고 끔찍한 행정부에 대한 것으로 진짜로 좋았다”면서 “그러나 그건 버렸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완전히 다른 연설,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이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이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총기 피격 사건을 계기로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지금 이순간 우리가 통합해 강인하고 결단력 있는 진정한 미국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러한 통합의 메시지를 준비할 것을 주문해 선거팀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무엇보다 궁금증과 화제를 몰고 다녔던 이슈는 과연 누가 트럼프 러닝메이트로 낙점 받을 지였다. 정답은 강경보수파이자 ‘트럼프 아바타’로 불리는 39세의 정치 신예 밴스 상원의원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오랜 숙고와 생각”을 거쳐 “가장 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은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밴스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밴스의 해병대 근무, 오하이오주립대 및 예일대 로스쿨 졸업,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집필, 기술과 금융 분야 사업 성공 등의 이력을 함께 열거했다. 그러면서 향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밴스 의원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주 등지의 노동자 및 농민들에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서부 경합주에서 밴스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포석이다.

밴스 의원은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주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변호사, 벤처 캐피털 기업인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까지 올라간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와 러스트벨트 미국인들의 상실감을 파고든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가 론 하워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며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을 계기로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2016년 공화당 당원으로 활동한 초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으나 2018년부터 친트럼프로 돌아섰고,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사기’ 주장에 동참했다.

그는 특히 올해 트럼프의 형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뉴욕 법원 밖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케이블 TV에 자주 출연해 그를 지지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WP는 “트럼프의 측근들은 CNN과 CBS방송의 ‘밋 더 프레스’는 물론 보수 언론에 출연한 밴스의 인터뷰를 강조하며 밴스가 부통령이 되는 최초의 해병대 출신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밴스는 또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도 친분을 쌓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밴스를 “대기업에 회의적인 경제적 포퓰리스트”로 분류하며 트럼프와의 정책적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했다. 밴스는 2022년 상원의원 선거 운동에서 “우리는 일자리를 해외로 보내고 반미 급진 운동에 자금을 사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혀 기업 권력을 비판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는 또 올해 초 민주당 상원의원과 협력해 합병시 세금 회피를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고,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공격적인 반독점조치를 강화한 리나 칸을 칭찬했다.

NYT는 “밴스의 이런 견해는 트럼프와 충돌할 수 있으며 워싱턴의 기업 로비스트들을 걱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한 것과 부딪힐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밴스의 포퓰리스트 접근 방식이 트럼프와 유사하다고 NYT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밴스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강력 반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거래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사례를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이 거래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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