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계좌로 입금 유도, 증권사 직원 사기행각”
최대 50억원 사적 유용 … 금감원, 소비자경보
근무 경력, 투자실적 부풀려 신뢰 얻고 투자 유도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며 개인 계좌로 투자자금을 입금해 사적으로 유용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증권사 직원의 개인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하지 말라”고 소비자경보 '주의'와 함께 소비자 유의 사항을 밝혔다.
증권사 직원의 사적 자금거래를 통한 사기수법은 공통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고수익 상품에 투자해 주겠다며 현혹하고 본인의 은행 계좌로 자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직원은 투자금을 받아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유용, 탕진했다.
금감원은 “불법 의도를 가진 증권사 직원이 친분을 바탕으로 은밀하게 제안하고 자금거래가 증권사 직원 개인 계좌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만으로는 예방 및 적출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투자자 개인의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몇 년간 PB 등 증권사 직원이 고객과 지인 등에게 주식, 파생상품, 직원 전용 금융투자상품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내주겠다면서 자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사고금액은 많게는 50억원에 달했다. 올해 주식 투자 명목으로 7억원을 편취한 사례부터, 지난해 직원 전용 상품 투자를 빌미로 44억원을 사적 유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1년에는 발행어음 투자 명목으로 50억원, 2016년에는 선물·옵션 투자로 고객을 현혹시켜 48억원을 편취했다.
이들은 주로 증권사 근무 경력, 투자 실적 등을 부풀리거나 재력을 과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저가 매수 기회’, ‘나만 아는 정보’ 등으로 치장해 투자를 유도한다. 금감원은 “증권사 직원이 직무상 취득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설령 정보를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 행위는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또 증권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투자금을 직원의 개인 계좌로 수납하지 않는다는 점과 의심되는 제안을 받았거나 거래 중이라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감원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및 준법 교육만으로는 예방 및 적출에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금융소비자의 신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다”고 요청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