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뛰고 있다는데 종부세 폐지? 시장자극 우려

2024-07-16 13:00:02 게재

2025년 세제개편안 쟁점은 ① 종합부동산세

정부·여당은 ‘사실상 폐지’ … 개편 수위 놓고 조율 막바지

‘대표적 부자감세’ 주장하던 야당 일각서도 ‘개편론’ 꿈틀

국민여론·지방재정 악영향·부동산시장 교란이 3대 걸림돌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번 세제개편의 관심사 중 하나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방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종부세를 ‘징벌적 과세’로 규정하고 폐지 입장을 굳히고 있다. 최근에는 종부세 폐지를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개편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없던 일’이 되가던 종부세 개편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개편까지는 첩첩 산중이다. 우선 여론이 좋지 않다. 종부세 폐지를 부자감세로 보고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높다.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마땅한 대안 세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심상찮다는 점도 종부세 개편론의 걸림돌이다. 자칫 부동산시장을 자극,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을 태울 수 있어서다.

‘무한감세·감세중독 규탄’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실련과 민주노총, 민변 복지재정위, 참여연대,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감세중독 빠진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종부세 개편안을 규탄하며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폐지 군불 지피는 당정 =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2024년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가운데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징벌적 과세’로 지목해 온 종부세 개편 수위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종부세는 고가의 부동산 보유자에 재산세와 별도로 세금을 부과해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정을 거듭했지만, 집값은 잡지 못하고 국민 세 부담만 늘었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중과세’ 논란도 계속된다.

윤석열정부 들어 종부세 과세 대상은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1주택자 기본세율은 0.5~2.7%로 하향 조정됐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아예 중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선 과세표준 12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만 2.0~5.0%의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정부 여당은 종부세 개편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개편 정도에는 다소 차이를 나타낸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종부세는) 징벌적인 과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며 “종부세를 통해 확보하고자 했던 세수 증대, 지방세 재정 보존 등의 목적은 다른 방식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종부세와 관련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폐지불가’ 야당도 입장선회? = 야당 내부에서도 최근 종부세 완화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종부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도 있는 것 같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은 “종부세 등 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당이 지켜온 나름의 원칙이 있다”며 “중도층 외연 확장 차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범위 내여야 한다”고 반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2022년 여야 합의로 종부세 공제액을 12억원으로 올리고 공시가격도 현실화해 부담을 지는 사람 수가 대폭 줄었다”며 “또 종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앤다면 지역은 완전히 망한다”고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야당 내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전 대표는 ‘국민의 뜻’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행사에 참석 뒤 그는 “다양한 입장들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정치인이고 거기에 국민의 뜻을 존중해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게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폐지가 국민 뜻? = 하지만 종부세 폐지가 ‘다수 국민의 뜻’이라는 지적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거꾸로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응답이 55%로 과반을 넘는다. 종부세 완화론 긍정응답은 29%에 그쳤다. 국민의 61%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 정부의 조세정책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들은 62%에 이르렀다. 국민 3명 중 2명은 ‘정부의 세금정책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공평과세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불과 19% 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0일 사흘간 국내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압도적 다수가 정부의 세제정책이 불공정하고 ‘부자감세’에 치우쳤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정부 재정에 직격탄 = 종부세를 폐지·완화할 경우 마땅한 세수 보전대책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종부세는 중앙정부(국세청)이 걷은 뒤 전액 지방정부에 교부된다. 종부세액이 축소되는만큼 지방정부 재정에 그대로 전가된다는 뜻이다.

조국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지방교부세는 종부세에서 뽑아 쓰는 것인데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분이 종부세가 폐지될 경우 지자체 예산이 엄청나게 사라진다는 점을 모르고 계신다”고 지적했다. 또 “2022년 여야 합의로 종부세 공제액을 12억원으로 올리고, 공시 가격도 현실화해 부담을 지는 사람 수가 대폭 줄었다”며 “그럼에도 종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면 지역은 완전히 망한다”고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걷힌 종부세 4조1951억원 가운데 70.4%는 수도권에서 나왔다. 수도권에서 거둔 종부세의 절반 가까운 2조94억원(47.9%)이 서울에서, 이 중 1조720억원(53.4%)은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 걷혔다. 하지만 거둔 종부세의 75% 이상은 수도권 외 지역에 배분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2022년 걷힌 종부세를 토대로 작년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 보낸 부동산교부금은 4조9609억원이었다. 부동산교부금은 시도 재정 여건과 지방 세수 등을 고려해 지역별 배분 비율을 정하는데, 작년의 경우 경북과 경기가 각각 전체 교부금의 10.6%를, 이어 전남(10.2%), 서울(9.6%), 강원(8.2%) 등 순으로 부동산교부금을 타갔다. 종부세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거둬 비수도권에 나눠주는 ‘지방균형발전 세원’인 셈이다.

◆집값 오르는데 종부세 폐지? = 부동산시장 현황도 종부세 개편론과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 대비 0.24% 오르며 16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준 성동구는 0.52%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강남구(0.28%), 서초구(0.40%), 송파구(0.41%), 마포구(0.35%), 용산구(0.36%) 등이 뒤를 이었다.

매수심리가 회복되면서 거래량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6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177건이다. 올 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으로, 2020년 12월(7745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다 수준이다. 아직 이달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은 만큼 거래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종부세까지 폐지·완화되면 ‘뛰는 집값에 기름붓는 격’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