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한 ‘심리적 분당’ 위기…그들은 왜 멀어졌나

2024-07-16 13:00:03 게재

친윤 60여명 여전히 ‘대통령 편’ … 한동훈·친한 25명, ‘반윤’ 불사

“대통령 지켜야 재집권” … “수평적 당정→대통령 성공→재집권”

친한 ‘변심’에 “주종 아닌 협력관계 인식” “윤 대통령 무능에 실망”

친윤(윤석열)과 친한(한동훈)이 맞붙은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마침내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다. 친윤과 친한의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이다. “심리적 분당 상황”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친윤과 친한은 한때 같은 편이었다. 범친윤에서 친한이 갈라져 나온 셈이다. 이들은 왜 갈라섰을까. 왜 폭력까지 휘두르는 적대 관계로 변했을까.

‘우리 후보’ 아니면 거부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향해 손으로 ‘X’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16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친윤으로 완벽하게 통일됐다. 취임 초에 이준석 대표를 쫓아낸 뒤 국민의힘에서 비주류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난 2022년 7월 26일 윤 대통령과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나눈 문자(“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에서 확인되듯 당에는 친윤만 남았다.

하지만 ‘원조 친윤’ 한동훈 후보가 지난해 말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비주류 탄생을 예고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 후보가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주장하면서 확실히 반윤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주류-비주류로 나뉘었다는 평가다. 윤핵관 이철규·권성동 의원과 친윤 유상범·구자근·인요한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주류와 한동훈·장동혁·박정훈·송석준·배현진 등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로 대치중인 것. 주류 친윤에는 60명의 현역의원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캠프 관계자는 “캠프에 보좌진을 보낸 의원이 10여명이고 직간접적으로 (한 후보를) 돕는 의원은 25명 정도 된다”고 전했다.

친윤은 “무조건 윤 대통령을 지켜야 재집권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거대야당이 호시탐탐 윤 대통령 탄핵을 노리는 마당에 우리가 분열하면 바로 탄핵이 성사된다. 탄핵 당하면 2017년처럼 재집권은 물건너간다”는 인식이다.

비주류 친한은 윤 대통령 국정운영의 잘못을 바로잡는 수평적 당정관계를 통해 재집권의 길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는 “지난 2년 간 당이 정부의 정책 방향 혹은 정무적 결정에 대해 합리적 비판이나 수정 제안을 해야 할 때 그런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수평적 당정→윤석열정부 성공→재집권 수순을 강조한 것이다.

친윤과 친한은 서로를 평가절하한다. 친한 인사는 15일 “친윤이 대통령에게 할 말 못하고 떡고물만 바라다가 어렵게 잡은 정권을 다 망쳤다. 아직도 친윤이랍시고 대통령 주변에 얼쩡대는 이들은 권력 곁불이나 쬐겠다는 욕심 말고 뭐가 있겠냐”고 비판했다.

친윤은 ‘배신자론’으로 친한을 공격한다. 원희룡 후보는 15일 “당 대표와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은 절대 받아서 안 된다”며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한 한 후보를 겨냥했다. 대권 욕심에 눈이 먼 한 후보가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주장한다.

여권에서는 한때 친윤으로 분류되던 한 후보와 친한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등 돌린 배경을 놓고 또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 후보를 오랫동안 함께 한 부하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 후보는 (윤 대통령과) 주종관계가 아닌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함께한 협조관계로 볼 것이다. 필요가 끝났기 때문에 딴 배를 탄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두 사람과 함께 근무했던 검찰 출신 인사는 “검찰에서 직급은 윤 대통령이 높았지만, 검사로서 실력은 한 후보가 위였다. 자존감 강한 한 후보가 (윤 대통령과의) 주종관계를 인정할 리 없다”고 말했다.

한때 친윤으로 꼽혔던 의원이나 정계·언론계 인사들이 친한으로 돌아선 데 대해선 “윤 대통령의 무능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 아니겠냐. 능력 있는 한 후보를 통해 성공하는 정권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강할 것”(여권 인사)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