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짝꿍 밴스에 유럽 ‘전전긍긍’
우크라지원 반대·관세인상 강경 고립주의 … “트럼프 재집권땐 나토 폐지 우려도”
트럼프 재집권시 미국-유럽간 안보협력 관계가 급격히 약화하고 관세인상에 따른 무역마찰이 빚어지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끊길 것이라는 두려움이 증폭되는 분위기라고 유럽 매체들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복수의 유럽 외교관들은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강하게 반대해온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밴스 의원은 올해 초 연방 상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600억달러(약 83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 통과를 막기 위해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본격 침공 며칠 전엔 팟캐스트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다”는 발언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의 외교정책 대변인 닐스 슈미트는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트럼프보다도 급진적”이라며 “그 점에서는 트럼프보다 더 고립주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밴스 의원은 지난 2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한정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우리(미국)는 동유럽에서 벌어지는 지상전을 무한정 지원할 수 있는 (방산) 제조 역량이 없다”면서 “자국민에 이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밴스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후 엑스(X·옛 트위터)에 “크렘린에서 샴페인이 더 터질 것”이라고 적었다.
밴스 의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저조한 방위비’도 공개 비판해왔다. 그는 4월 상원에서 “3년간 유럽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후 3년간 그들은 그것이 실제인 것처럼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부터 펼쳐온 논리다.
최근 영국 국방부 고위직에서 물러난 롭 존슨은 FT에 “트럼프가 당선되고 밴스가 선호하는 정책을 이어 간다면 나토 폐지나 나토 내 미국 리더십 철회를 발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10년에 걸쳐 국력을 회복하고 나토에 대한 압박을 더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 어두운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미-EU 무역관계 개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FT는 많은 유럽 당국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수입품에 대한 일괄적 관세를 부과해 EU 경제에 해를 끼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EU와 임기 내내 갈등이 빚어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일시 중단된 상태지만, 트럼프는 재선되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밴스 의원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으로 부통령이 된다면 미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각종 보호주의 성격의 산업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 대륙간 긴장이 커질 수 있다는 징후는 이미 나타났다.
밴스 의원은 지난주 한 보수진영 행사 연설에서 “핵무기를 가진 첫 번째 진짜 이슬람 국가”에 대한 논의를 언급하며 이란, 파키스탄을 거론한 뒤 “노동당이 집권했으니 사실은 영국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앤절라 레이너 영국 부총리는 ITV에 “그는 과거 기이한 말들을 꽤 했는데, 나는 (노동당 정부에 대한) 그런 정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BBC는 “밴스 부통령 후보 선출은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시 새 노동당 정부에는 도전이 될 수 있다”며 “밴스 의원은 스타머 총리가 약속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며 유럽이 미국에 과잉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해 영미 관계가 긴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