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성과급 반납두고 노사간 진통 예고
사측, 직원 횡령 이유로 환수 방침
노동계, 직원 의사 반해 불가 입장
금융권 노사, 산별교섭서 논란일 듯
BNK경남은행이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직원의 횡령사건을 이유로 환수하겠다고 나서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임금의 성격인 성과급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지급한 이상 종업원 개인의 의사에 반해 환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지급한 종업원 성과급 가운데 이익배분과 관련된 일부를 환수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확인된 내부 직원의 3000억원 가량 횡령사건을 손실 처리하면서 최근 3년간 재무제무표상 당기 순이익이 감소해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의무’ 차원에서 환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환수에 나선다면 이 은행 직원 2200여명이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1인당 평균 100~200만원 가량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성과급 환수조치라는 이례적인 조치에 대해 경남은행 노조는 물론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은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노조 경남은행지부는 이사회 결정에 대해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등에 의해 직원 동의가 없으면 성과급 환수는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법적 대응을 비롯해 실력행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노조 김형선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법과 절차, 상식을 무시한 ‘임금 갈취’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비슷한 논리로 강하게 반발했다.
전문가들도 한번 지급한 성과급을 다시 환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신명근 노무사는 “성과급은 임금이라는 것이 각종 판례 등을 통해 정립됐고, 임금은 근로자에게 전액, 직접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이미 정당한 절차를 거쳐 소유권이 근로자 개인에게 완전히 넘어간 이상 이를 환수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신 노무사는 다만 근로자 개인이 성과급을 반납하는 방식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따라서 경남은행 사측이 직원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반납 의사를 확인하고 실제로 지급한 성과급의 일부를 환수하기까지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점을 알고 있는 노조도 직원들 개개인의 위임을 받아 향후 집단적으로 법적 대응을 포함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또 이번 사측의 조치에 대해 이미 지급한 주주 배당금이나 납부한 법인세 등도 환수해야 공정하다는 논리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2021년 LH 일부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한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와 공사측이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된 경우도 있다. 다만 일부 판례에서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약정이나 단체협약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환수할 수 있다고 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이번 경남은행의 경우 노사간 단체협약 등에 그러한 세부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0일 산별중앙교섭 3차 대표단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간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임금 8.5%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은 1.5% 인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노조는 주 4.5일제 근무 등 근로조건 등의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또 이번 경남은행 사례와 같이 일방적인 성과급 반납을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노사간 4차 교섭은 이달 24일 예정돼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