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불신·대결' 개원식도 못하는 22대 국회
여야 극단적 대결, 13대 국회 이후 처음
‘의원 선서’ 9월로 … 우원식 “정치 부족”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개원식을 열지 못 하고 있다. 여야간 반목과 불신이 강하게 깔린 대결구도가 강화된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와 야당 홀대,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등 야당의 독주가 맞물리면서 본회의조차 여야 합의로 열지 못하는 국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여야는 이미 개원식 개최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 선서만 하는 약식 개원식마저도 9월 정기국회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개헌 이후 개원식을 제헌절(7월 17일)까지 열지 못한 적은 없었다. ‘최악의 의정사’를 새로 쓰는 셈이다.
17일 국회의장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원내대표간 만남에서도 개원식 얘기가 나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개원식의 주빈은 대통령인데 대통령 탄핵소추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식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개원 축사를 할 수는 없다는 게 국민의힘 의견”이라고 했다.
‘개원식 포기’는 정치 없는 국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지난 4.10 22대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심판’과 함께 국정기조 전환을 내세워 절대과반인 170석을 확보하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민주당 등 야권이 192석을 얻어내며 개헌선과 대통령의 거부권 저지선인 200석에 8석이 부족한 수준까지 차 올라 여야간 물러설 수 없는 극단적 대립구도가 만들어졌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한 민주당 입법독주와 윤 대통령의 연이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맞붙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한 법안들을 재추진했고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공식 의제로 올렸다.
윤 대통령은 나토정상회의 순방 중에 야당 주도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순방 직후인 이달 5일로 합의된 개원식이 대통령의 불참 통보로 취소됐다.
22대 국회 개원식은 사실상 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통령의 연설 없는 개원식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3대 국회 이후 처음으로 개원식 없는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날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개원식이 열리지 않는 것은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책임”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을 초대한다는 개원식을 이야기해 놓고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면서 초대하는 사람으로서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 개원식도 무산시키고 7월 국회 일정도 보이콧하며 본회의 개최마저 막고 있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제헌부터 이어져 온 헌법정신과 가치는 우리가 가진 자산이고, 도약의 디딤돌”이라며 “대한민국은 결코 부족하지 않은 그 자산을 제대로 다 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온전히 정치의 부족함”이라며 “제헌절을 맞도록 국회 개원식도 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장실은 개원식은 못하더라도 의원 선서는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약식 개원식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