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임용 경력 5년으로 줄여야”
사법정책자문위, 재판지연 해소 방안 건의
“재판장은 10년 이상” … 25일 국회 토론회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재판 지연 문제가 사법부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5년의 법조 경력만 있으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또 위원회는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감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자문위는 16일 오후 제2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채택했다.
자문위는 건의문에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합의부의 원활한 구성과 재판 지연 해소에 대한 국민적 요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법관의 업무 부담 등 우리 사법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할 때 현행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5년 이상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소 법조 경력 요건을 (5년으로) 완화하는 경우에도, 재판장이 되기 위한 요건은 경력 10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훌륭한 장기 법조 경력자의 법관 임용 활성화를 위해 임용 절차를 개선하는 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도 배석·단독 판사와 재판장 등 업무에 따라 경력 기준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으로 임용되려면 일정 기간 변호사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최소 5년 이상 법조 경력을 쌓은 검사나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뽑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법관 임용 시 법조 경력 7년 이상이 요구되고, 2029년에는 10년으로 늘어난다.
이는 재판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충분한 경륜을 갖춘 법관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법관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져 강도 높은 형사 재판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원칙적으로 5년만 법조 경력이 있으면 판사로 뽑을 수 있게 법을 개정하되, 소송을 지휘하는 재판장에게는 10년의 법조 경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게 자문위가 제시한 해결책이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법원행정처가 올해 안으로 이런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을 재추진할 방침인 가운데 이와 관련 국회에서도 토론회가 열린다.
오는 25일 오전 10시 의원회관 2층 제2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김용민 국회의원이 공동 개최하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을 위한 바람직한 법관임용자격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사법정책자문위는 또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꼽히는 ‘감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의문도 채택했다. 특히 지연이 잦은 의료 감정과 관련해 기본 감정료를 높여 적정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진료 기록 감정의 경우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도 감정인이 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 감정 절차를 관리하는 별도 기구를 설치하고, 감정인에 대한 평정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이날 자문위는 현안에 관해 연구할 총 20명의 전문위원을 새로 위촉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