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자본시장법, 불법 리딩방 잡을까

2024-07-17 13:00:20 게재

네이버·카카오 ‘국내 플랫폼’ 규제 강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관련업계가 사회관계망서비스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은 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다.

1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내달 14일부터 리딩방을 금지하는 등 운영정책을 개정, 시행한다. 사실상 카카오톡을 통한 유사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홍보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계정이 영구정지될 수 있다.

카카오는 ‘유사투자자문 등’을 ‘불법 또는 규제 상품·서비스 관련 콘텐츠’로 정했다. 이에 따라 유사투자자문을 위해 그룹채팅방이나 오픈채팅방을 개설, 운영하는 것이 금지된다. 1대 1 채팅방을 통한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카카오는 더 나아가 전문가나 유명인, 금융기관, 투자회사 직원 사칭, 수익보장 등 광고 문구, 사설 홈트레이딩 시스템 가입 유도, 스팸메시지 전송 등도 금지 항목에 넣었다. 불법 리딩방 정책은 주식 투자 외에 부동산, 가상자산, 대체불가토큰(NFT) 등에도 적용된다. 허위·과장 투자 정보나 투자 경험 등을 공유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금지 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는 신고된 이용자는 물론 해당 채팅방의 운영자(방장, 부방장)에 대해서도 카카오톡 내 모든 서비스 이용을 영구적으로 제한한다.

네이버는 이달말 밴드 서비스에서 강화된 규정을 적용키로 했다. 불법적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밴드가 확인될 경우 관리자는 즉각 계정을 영구정지한다. 네이버는 구체적 대상과 방식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모니터링을 우회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봤기 때문이다.

◆“리딩방 이미 텔레그램으로” = 다음 달 14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 외에는 주식 리딩방 등 양방향 채널 개설이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 외에는 주식 리딩방 등 금융회사로 오해할 수 있는 표시자 광고, 수익률 허위 광고도 금지된다. 다만 수신자 채팅 입력이 불가능한 알림톡, 푸시 메시지 등을 이용한 영업은 가능하다.

개정 자본시장법에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의 경우 리딩방 관련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처벌 대상이 아닌데도 적극적 조치를 나선 것은 플랫폼 내 불법 행위를 방지하고, 플랫폼이 불법행위를 방치한다는 지적을 피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같은 강력한 조치에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리딩방 사기와 관련해 플랫폼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해원 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OS) 저널을 통해 “리딩방 사기에 관해 플랫폼의 책임이 단순 도의적 차원이 아닌 법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부각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경우에 따라 플랫폼에게도 온라인 범죄를 방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플랫폼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묻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리딩방 범죄의 경우 대부분 텔레그램, 페이스북, X 등 해외 서비스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 역시 국내법의 변화에 발 맞춰야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수사, 투자리딩방으로 확대=

한편 당국은 불법 리딩방과 유사투자자문업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사투자자문업 등의 불법행위를 단속해 58개 업체에서 61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단속 결과에 따르면 보고의무 미이행이 30건(49.2%), 미등록 투자자문업 영위 23건(37.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불법행위 사례로는 단체 대화방 답장을 통해 주식 리딩방에서 1:1 자문을 하거나 다수 직원이 위장한 채 단체 대화방에서 1:1 자문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찰로 신고 접수된 리딩방 피해 신고 건수가 3235건으로 이에 따른 피해액은 297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

정부는 지난 8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한 관계 부처 합동 전담팀(TF) 회의를 열고 정부 합동 수사에 투자리딩방을 포함하는 한편 단속도 7월말까지에서 10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오승완·박광철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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