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청소년’ 구한 협상 전문 경찰
23층 난간서 극적 구조
서초경찰서 최초 투입
“위기 상황별로 전문적인 대화 기법이 필요한데 이번의 경우 위기 상황에 있던 청소년과 차분히 대화하면서 마음을 얻어 결국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 위기협상팀 관계자의 말이다.
17일 서울 서초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김부식 경정)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11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아파트 23층 난간에서 위기 상황에 있던 10대 청소년을 위기협상팀 요원이 구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 내릴거라고 한다”는 10대 청소년 A군 지인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A군이 보낸 사진을 토대로 주변 아파트 전수조사를 한 경찰은 안전펜스가 없는 옥상 난간에 쪼그려 앉아 위험한 상황에 있던 A군을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 50여명과 소방관 30여명, 순찰차 14대와 소방차 11대가 출동했지만 A군은 심리적 안정을 보이지 않고 위험상황은 계속됐다.
이때 서초서 위기협상팀이 나섰다. 현장에 출동한 위기협상팀 여경 1명과 남경 1명은 2시간 30분 동안 끊임없이 친밀감을 형성하는 대화를 통해 A군을 안심시켰다. 음료수를 제공하고 “고마워”라는 말과 칭찬을 통해 A군이 마음을 열도록 한 뒤 스스로 안쪽으로 넘어오겠다는 확답까지 들었다. 이윽고 협상팀은 A군의 상체를 붙잡아 난간 안쪽으로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협상팀 경찰은 “미성년자인 A군을 자극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완전 제거하고 전문요원과 A 군이 상호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구할 수 있었던 데는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협상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위기협상팀은 납치 감금 인질강도 총기사건 등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사건은 드문 사례였다. 이에 신고 빈도가 높은 자살기도를 위기협상팀 업무에 추가했다.
서초서는 기존의 인원도 늘려 강력팀 남경 7명과 여성청소년수사팀 여경 4명으로 구성, 24시간 항시 대응이 가능하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월 관내에서 한 대학생이 고층 아파트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당시 위기협상 전문요원이 있었다면 대화로 이끌어 죽음을 막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돼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월 위기상황별 전문화 집중교육을 완료한 뒤 6월부터 현장에 인력을 투입했다. 15일 사건이 첫 현장 사례다.
경찰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대화로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하고 칭찬의 말로 구조대상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전문대화기법이 ‘누나 제가 건너갈게’라는 말을 끄집어내고 청소년의 마음 얻었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