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노린 휴대폰깡, 신용불량자 1천명 양산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소액대출을 해주겠다며 휴대폰깡을 일삼은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죄집단’ 혐의를 적용했는데 단일 사건 중 최대 규모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범죄집단 조직·활동, 사기 등의 혐의로 A씨 등 157명을 검거하고 이중 9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대구와 경북 일대에 대부업체로 등록한 뒤 콜센터 사무실을 열고 인터넷에서 급전, 소액대출 등의 광고를 보고 연락한 이들에게 휴대폰깡을 제안했다.
대출희망자들은 대개 수십만원 정도의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었다.
일당은 대출 희망자들에게 “대출이 거절됐으니 휴대폰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희망자들은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주는 대가로 40만~100만원을 한번에 받았으나 휴대폰 할부금을 수십개월간 갚아야만 했다.
일당은 대출희망자 명의로 개통된 전화기를 장물업자 등을 통해 팔았고, 유심칩은 리딩방,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 조직에 넘겼다. 이렇게 벌어들인 범죄수익만 64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59억8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확인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휴대전화 개통에 쓰인 명의자만 2695명에 달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금융권 대출이 어렵고 소액이 급하게 필요한 취약계층, 휴대폰 할부금을 갚기도 어려운 이들이다. 실제 경찰 수사 과정에서 1600명 넘는 이들이 할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실도 드러났다.
심무송 피싱범죄수사계장은 “대출을 신청했는데 휴대전화 개통을 유도한다면 100% 휴대폰깡 범죄”라며 “휴대폰깡에 명의를 제공하면 명의자들의 신용 상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