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사업성평가’ 미흡…저축은행 40여곳 현장·서면 점검
금감원, 강도 높은 평가 진행 … “신협이 저축은행보다 평가 미진”
이달말 ‘부실 사업장 선별’ 마무리, 재구조화·경공매 추진 계획 나와
금융감독원이 ‘부동산PF 사업성평가’를 미흡하게 한 금융회사들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경우 79개 중 절반 가량이 점검대상에 포함됐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40여개 저축은행에 대해 부동산PF 사업성평가 점검을 벌이고 있으며 이중 5~6곳은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점검 대상 중 나머지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관련 내용을 제출받은 후 경영진을 불러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면 점검 대상인 35개 이상 저축은행의 경영진이 금감원 면담을 통해 PF 사업성평가가 미진한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업성 평가등급은 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 등 4단계로 나뉜다. 유의 등급은 지속적·중대한 애로요인으로 사업진행에 상당한 차질 예상되는 사업장을 말한다. 부실우려는 지속적·중대한 애로요인으로 추가적인 사업진행 곤란한 사업장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세부적 평가기준을 마련했고 금융회사들은 기준에 따라 자체 평가를 실시해 금감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금융회사들은 투자한 PF사업장이 부실로 평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 적용을 보다 관대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의 경우 절반 이상이 점검 대상에 포함되면서 평가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항목이라도 평가기준에 맞지 않으면 점검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이들 전부가 평가를 관대하게 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회에 금융회사의 PF사업장 관련 위험을 최대한 털어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일부 금융회사들은 버티기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금감원이 강도 높은 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26일까지 점검과 평가를 마무리하고, PF사업장 평가결과 확정에 따라 부실 사업장이 가려지면 이들에 대한 재구조화 또는 경·공매 계획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PF사업장 평가등급이 정해지는 만큼 금융회사의 충당금도 확정된다. 새로운 PF사업성 평가기준이 나오기 전까지는 ‘악화우려’ 등급(3단계 중 가장 낮은)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했다. 하지만 새 기준에 따라 ‘부실우려’(4단계 중 가장 낮은) 사업장으로 분류되면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8월에는 PF사업장 충당금이 더해져서 저축은행 등의 상반기 실적이 나올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경우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신협 개별 조합들이 제출한 PF사업장 평가에 대해서도 평가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신협중앙회를 상대로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신협 단위 조합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저축은행보다 더 미흡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15일부터는 증권사와 은행, 보험업권 등으로 현장점검이 확대됐다. 일부 지방은행이 점검 대상이며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대상에 포함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