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상속세제 개편 추진, 여소야대 고개 넘을까

2024-07-18 13:00:11 게재

2025년 세제개편안 쟁점은 ② 법개정 진통 예고

중도층 혜택 일괄공제액 기준 상향엔 야당도 공감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등 부자감세 논란 ‘안갯속’

결혼 특별세액공제 신설 유력 … 관건은 세수 대책

다음주 초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대해 사실상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상속세제 개편안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제 손질이 이뤄진다면 27년 만에 개편되는 것이다.

정부 세제개편안에는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7억~10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상속세율 인하 등은 장기 과제로 추진된다. 부자감세 논란이 크고,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고되어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 완화방안 등은 ‘초부자감세’란 논란이 있어 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 개정은 어렵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제주공항에서 출입국심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다음주 초 발표될 세법개정안 =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8일 국민의힘과 세법 개정안 관련 협의를 진행한 뒤 주말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 간 고위협의회를 열어 방안을 확정한다. 다음주 초에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정부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한다.

올해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상속세 △종부세 △금융투자소득세 △가상자산 과세 △결혼세액공제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속세는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때 발표한 일괄공제한도를 상향하고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우선 정부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 5억원인 일괄공제 금액을 7억~10억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억원인 배우자 공제액 최소한도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상속세 과세 대상이 현행 10억원에서 14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 방안은 여소야대 국회상황에도 불구하고 처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상속세 일괄공제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두 배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거나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방안은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모두 부자감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결혼특별세액공제 포함될 듯 = 세제개편안에는 ‘결혼 특별세액공제’가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혼인 신고를 한 부부를 대상으로 연말정산에서 100만~200만원 안팎의 소득세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결혼 세액공제 혜택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 올해 결혼한 근로소득자와 사업자는 각각 내년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결혼 특별세액공제 대상과 혜택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 당국은 혼인 연령과 초혼 여부, 소득 등에 상관없이 혼인 신고만 하면 세액공제를 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상황에서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결혼’에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 실효성 있는 출산율 대책인지 논란도 예고된다. 정부는 앞서 2004년부터 5년간 총급여액 2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에 대해 혼인 비용의 100만원을 돌려주는 결혼 세액공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5년 만에 종료했다.

이미 국회에서는 ‘혼인한 부부에 300만원 세액공제’(안도걸 민주당 의원), ‘근로소득금액의 1000만원 소득공제’(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등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 여당이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를 오는 2028년 1월 1일로 3년 더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유예안이 포함될 지도 관심거리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2022년 1월1일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조세 당국 의견과 투자자 반발 등으로 2023년과 2025년으로 두 차례 미뤄진 상태다.

가상자산 과세는 판매수익을 금융투자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 연간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의 세율을 적용한다. 비상장주식, 해외주식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소득의 경우 세율이 20%(3억원 초과 25%)로 동일하더라도 기본공제액이 5000만원으로 더 크다.

이때문에 투자 소득 간 형평성 논란이 이어졌다. 연간 1억원을 기준으로 국내 상장주식 등 금융투자소득은 기본공제 5000만원을 제한 나머지에 20%의 세율을 적용, 실제 세액은 1000만원(세부담율 10%)이다. 반면 가상자산 등 기타소득은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한 나머지에 20%를 부과해 1900만원(세부담율 19.5%)을 세금으로 내야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가장자산 과세를 2~3년 유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민주당 측 기재위 관계자는 “내년도 세입 예산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정부 발표 이후 당의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은 부족한 세수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올해도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수 확보 방안 없이 부자 감세만을 획책하는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며 “정부·여당이 전향적인 세수 확보방안을 내놓는다면 여야정 협의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정부가 합리적 세수확보 방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 되는 모양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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