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2기+α’ 수주…UAE 수출 15년만의 쾌거
원전 본산지 유럽에 원전 수출하는 교두보
한전그룹·두산에너빌·대우건설 ‘팀코리아’
정부 “원전 생태계 복원에 더욱 분발”
우리나라가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은 내년 3월쯤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4면
안 장관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10기 계속운전 등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원전 생태계 복원에 더욱 분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체코정부는 17일(현지시간)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체코의 신규원전 건설은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 원전 단지 두 곳에서 각각 4기, 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체코정부는 향후 테멜린 지역 2기(3·4호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옵션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한수원은 사실상 원전 ‘2기+α기’ 수주에 성공한 셈이다.
한수원이 주도하는 ‘팀코리아’에는 전력그룹사인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와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향후 역할은 한수원이 사업관리와 구매·시운전을 담당하고, 한전기술은 설계, 한전KPS는 시운전단계정비, 한전원자력연료는 핵연료 공급을 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공급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은 시공을 맡는다.
한수원은 세계적인 원전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치열한 경합을 거쳐 선진 시장인 유럽 진출 교두보를 처음으로 확보했다. 2022년 3월 입찰 개시 후 한수원, 웨스팅하우스, EDF 3사가 경쟁에 참여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해 양자 대결 구도로 압축됐고, 한수원이 다시 유럽 원전 시장을 장악해온 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한수원은 “EDF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 기간 안에 원전을 완공하는 우수한 공기 관리 능력을 압축한 ‘온 타임 워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 구호를 앞세워 EDF와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1970년대 원전 도입 이래로 50년 동안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지속 건설해 오며 축적한 기술로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K-원전은 1972년 고리 1호기 건설을 시작으로 단 하루도 원전 건설을 멈춘 적이 없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정확한 공기, 경제성을 인정받았고 공기 지연이나 비용 증가 없이 신규 원전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사로 꼽힌다.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UAE 바라카 1~4호기, 국내 새울 2호기, 신한울 1·2호기, 새울 3·4호기 등 최대 9기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한 경험도 있다.
한수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신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 요구에 따라 설비용량을 1.4GW(기가와트)에서 1.0GW로 조정한 APR1000 노형의 원전을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체코 원전 최종 수주까지 이어지면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출 후 15년 만에 원전 수주에 성공하게 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에 ‘2차 측’으로 구분되는 터빈·발전기 계통 시설을 중심으로 3조원 규모의 원전 관련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다만 여기에는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직접 발생시키는 ‘1차 측’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체코 원전 수주는 유럽 원전 수출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협상전담 TF’를 구성해 계약 협상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정부도 민간과 보조를 맞춰 지원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성과가 제3, 제4의 원전수출로 이어져 우리 원전산업이 글로벌 선도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원전수출 전략을 고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