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외압 주장 형사과장 ‘좌천’ 발령
‘마약 연루 의혹’ 세관 수사 관련
고위직 외압 주장 “부당한 인사”
서울경찰청 소속 경무관으로부터 수사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좌천성’ 인사 발령이 나자 경찰직장협의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영등포서 형사과장인 A 경정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전보 발령했다. 일선 경찰서 과장을 지구대장으로 보직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A 경정은 ‘부당한 보복성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A 경정은 지난해 1월부터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필로폰 24kg을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할 때 세관 직원들이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해왔다. 이 사건으로 체포한 마약 밀반입 일당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마약 적발 수사 발표를 앞두고 이런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서울청 전 생활안전부장 B 경무관으로부터 문의를 받는 등 수사 외압을 느꼈다고 A 경정은 밝혔다.
A 경정은 사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한데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며 담당 검사 기피신청도 낸 바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청은 B 경무관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고 지난 2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B 경무관에 대해 서면경고를 하는 것으로 징계를 마무리했다. 대신 의혹을 제기한 A 경정이 인사 조치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17일 입장을 내고 영등포서 수사외압 사건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부당한 조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찰 직협은 “이번 사태는 경찰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인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경찰의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 권한이 지휘부의 개입과 압력에 의해 무너진다면 이는 명백한 직원남용이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하반기 정기 인사에 맞춘 인사 이동으로 경정급 25명이 보직이동 했다”며 “A 경정은 같은 보직에 1년 6개월 근무해 인사대상이었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