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나스닥 2.8% 급락

2024-07-18 13:00:37 게재

동맹국 기업에도 엄격한 무역제한조치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직격탄 3%↓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소식에 나스닥지수가 2.8% 급락했다.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의 ASML,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등 외국 기업이라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할 경우 엄격한 무역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반도체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으며 6% 이상 급락세를 나타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바이든과 트럼프가 경쟁적으로 중국과 각을 세우면서 그 불똥이 한국에도 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18일 오전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대 하락세로 장을 출발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관측 속에 16일(현지시간)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금 선물 가격 종가는 온스당 2천467.80달러로 전장보다 1.6% 상승, 지난 5월 20일 이후 2개월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사진은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전시된 골드바.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올해 시장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동맹국에게까지 추가 무역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엔비디아(-6.64%), AMD(-10.21%), TSMC(- 7.98%), ASML(-12.29%), 브로드컴(-7.91%), 퀄컴(-8.61%) 등 반도체주 대부분이 폭락하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77% 급락했다. 2022년 12월 15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일대비 1.39% 떨어졌다. 다만 다우지수는 전일보다 0.59% 오르며 4만1000선을 돌파, 사상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기술주를 매도한 자금이 우량주로 유입되면서 상승세를 보인 것을 해석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해 중국의 접근을 계속 허용하면 무역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자체적으로 대중 제재를 강화하지 않으면 직접 나설 수 있으며 가장 강도 높은 제재를 도입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는 주요 동맹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계속 허용할 경우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FDPR은 해외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및 기술이 조금이라도 사용되면 수출 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한 규정이다.

이와 함께 전일 보도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 내놓은 발언도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트럼프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며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법 보조금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트럼프 집권 시 반도체 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했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트럼프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중국의 공격이 있으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던지며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 반에크(VanEck) 반도체 ETF도 7% 넘게 떨어지며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한편 18일 오전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도 대형 반도체주가 줄줄이 급락하면서 2810대로 물러섰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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