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사회적 대타협 실험...‘두 달간의 방송법 숙고’ 성공할까
이사추천·입법독주 중단 주문
여야 “먼저 진정성 보여야”
의장 “한발씩 양보하면 가능”
우원식 국회의장이 강력한 대치국면으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여야 충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첨예한 대립의 중심에 있는 ‘방송 4법’에 대한 대결구도를 멈추고 ‘2달간의 숙고’에 들어가자는 얘기다. 거대 양당은 ‘상대방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우 의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마무리되고 1주일간 냉각기를 가지면 합의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거대양당에게 서로 양보하고 두달간 이해관계자들의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점을 찾자는 의지를 보인만큼 일단 1주일정도 의견을 조율해 볼 것”이라며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당대표가 확정돼야 할 것이므로 일단 다음 주로 넘어가 봐야 양쪽 입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현재 방통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멈춘다면 충분히 우 의장의 제안을 검토할 수 있고 수용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방통위에서 해왔던 것을 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절차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방통위 2인 체제 운영뿐만 아니라 현재는 1인 위원회 중에 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 또 이동관-김홍일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후보자를 내정하면서 MBC 장악을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여당과 정부가 방통위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독주를 중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방송4법의 경우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는 입장인데 그쪽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의장의 제안이) 소용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방송 4법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우리로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장과 대표들이 만나 이야기할텐데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제헌절인 전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치가 언론계 내부의 갈등을 넘어 극심한 국론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다”며 “양 교섭단체, 정부·여당과 야당의 극심한 대치상황에 국회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이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여야 정당, 국민 여러분께 제안한다”며 “여야 모두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한발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정말로 합리적인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해보자”고 했다.
야당에 “방송4법에 대한 입법 강행을 중단하고, 여당과 원점에서 법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논의도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을 중단하기 바란다. 방통위의 파행적 운영을 즉각 멈추고, 정상화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여야 정당, 시민사회, 언론 종사자와 언론학자 등이 고루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두 달 정도의 시한을 정해 결론을 도출해보자. 끝장토론, 밤샘토론이라도 해보자”고 했다.
우 의장은 “교섭단체간 교섭 안되고 계속 이견만 양산되고 한발짝도 진척이 안되는 상황을 보고 더이상 이대로 가면 안되겠다 싶어서 제안하게 된 것”이라며 “원래 사회적 합의는 절박한 문제부터 또 서로 양보라도 해가면서 풀어야될 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기에 방송법이 우선 가장 긴박하고 갈등이 계속 양산돼 온 것이기에 방송법부터 풀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소한 일주일은 답변 기다릴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방송법 해법’은 우 의장이 22대 국회 전반기에 풀어낼 ‘사회적 대타협 플랫폼’으로서의 국회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우 의장은 “문제는 한꺼번에 이걸 다 풀 방법은 없고 풀 가능성이 있는 포인트 하나를 잡아서 거기부터 풀면 풀어져 나갈 수 있다고 본다”며 “매듭 어디서부터 시작할거냐는 문제인데 방송법은 합의할 수 있는 소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갈등하는 여야, 정부여당이 다 같이 논의하다보면, 거기에서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면 못 풀 문제가 없다”면서 “신뢰가 전혀 토대가 되고 있지 않기에 교섭단체가 교섭도 안 되는 건데 그런 매듭 어디서부터 풀어볼까 생각하다가 방송법은 서로의 욕심 조금 내려놓고 한발씩 양보하면 해결 가능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방송법 현안 가지고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