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취소 청탁’ ‘댓글팀’… 자폭 경쟁 붙은 여당 전당대회
한동훈 “공소 취소 부탁” 나경원 “굉장히 분별력 없어”
원희룡 “댓글 사실이면 징역 2년 사안” 한 “관계 없어”
여권 우려 ‘증폭’ … “당권 잡으려다가 당 문 닫을 수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자폭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연일 서로를 겨냥한 폭로를 쏟아내고 있다. 여권 내에서 “당권 잡으려고 싸움하다가 당 문을 닫을 판”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17일 4차 방송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나경원 의원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죠?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식으로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법무장관은”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가 한 후보의 법무장관 시절을 비판하자, 한 후보가 나 후보의 ‘공소 취소 청탁’ 의혹을 터트린 것. 한 후보가 불법 시비가 제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을 ‘반격 무기’로 사용한 셈이다.
나 후보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며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패스트트랙 사건은) 국민의힘이 야당이던 당시에 문재인정권이 야당 탄압, 보복 기소한 사건 아닌가”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을 보고 굉장히 분별력 없지 않나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17일 합동연설회에서는 “빠루를 들고 문을 뜯으며 달려드는 민주당에 맨몸으로 맞섰다. 여당 법무장관이라면 당연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의 무력화를 이유로 공소를 취소했어야 할 사안이다”며 “보수 가치에 대한 책임감도, 보수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도 없는 당 대표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 한 후보는 이마저도 자기 정치 욕심을 위해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17일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느라고 소중한 동지를 야당의 정치수사 대상으로 던져버린 결과가 됐다”며 “한 후보의 ‘입 리스크’, 우리 당의 새로운 위험으로 등장했다”고 가세했다. 원 후보는 SNS에는 “무차별 총기난사다. 이러다 다 죽는다”고 올렸다.
한 후보는 “법무장관의 업무 범위를 이야기한 것이다. 법무장관의 수사 관여 부분에서 나 후보가 잘못 인식하는 것 같아서 사례를 들어 말씀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댓글팀)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사실관계가 맞는다면 김경수 지사처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고, 아무리 당에서 보호하려고 해도 보호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댓글팀 의혹’은 한 후보가 법무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해 한 장관의 긍정적 이미지와 여론 조성을 꾀했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후보도 전날 3차 토론회에서 “원 후보가 드루킹 의혹이라고 했다. 사법리스크가 있으면 당 대표로서 임무수행에 여러 가지 힘들 것 같아서 검증 차원”이라며 “24개의 조직적인 계정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한 후보에게 물었다. 한 후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댓글이다. 저는 전혀 관계없다”고 부인했다.
후보들이 제기된 ‘공소 취소 청탁’ ‘댓글팀’ 의혹은 자칫 여당을 끝 모를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당장 야당에서는 여당발 자폭 폭로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17일 “당무개입, 불법 댓글팀 의혹, 폭력사태를 넘어 이제는 형사사건 청탁이라니, 국민의힘은 선거를 치를 것이 아니라 후보 모두 다 같이 손잡고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이 비로소 알게 되었고, 공수처 또는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 여럿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에서도 자폭 폭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여권 인사는 18일 “당권 잡는데 눈이 멀어 자칫 당 문을 닫을 수 있는 위험한 주장까지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다. 후보들은 자신의 발언이 향후 어떻게 당으로 되돌아올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뱉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